"치아 신경치료 필요" 진단에도 예약은 2026년…장애 가족 발동동

광주·전남 유일 중증장애인 구강진료센터 대기자 200여명
"일반 병원은 안 받아줘" "마취시술 일정 한계"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중증 장애인이 치과 신경치료를 받으려면 2026년까지 대기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의료 격차 상황에 놓여있다.

광주에 거주하는 장애인 A 씨의 부모는 19일 "자녀가 치아에 부상을 입었는데 치료를 위한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예약은 2026년 1월로 잡혔다"고 호소했다.

A 씨는 지난달 중순쯤 자택에서 낙상을 당해 치아 부상을 입었다. 치아 파손과 출혈을 발견한 A 씨의 가족은 곧바로 전남대치과병원의 광주·전남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내원했다.

전남대치과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광주·전남 장애인에 대한 치과 응급의료체계의 거점 진료기관이다. 지난 2011년 5월 개소한 이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를 운영하며 매년 수천명의 장애인 치과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부상 경과를 살핀 의료진은 A 씨의 치아 2개가 손상돼 조속한 신경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문제는 A 씨가 당장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것. A 씨의 치료 일정은 약 1년 5개월 뒤엔 2026년 1월 20일로 잡혔다.

A 씨의 가족은 "중증장애인은 전신 마취 치료가 반드시 필요해 일반 치과에서는 아예 받아주질 않는다"며 "부상 자연 치유를 지켜보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전남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는 밀려드는 환자에 과부화 상태다.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의 중요 역할 중 하나는 전신마취 치과시술이다. 전신마취 시술은 사전 검사와 정밀상담을 거쳐 마취전담의가 진행해야 하는 고난이도 치과 치료법으로, 중증장애인의 경우 시술 중 부상 등을 막기 위해 전신마취 시술이 필수적이다.

전남대치과병원은 의정갈등에 따른 전공의 사직 등의 영향을 받지 않아 의료진들이 기존처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전남대병원 소속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일주일 중 이틀을 협진한다.

이 때문에 전신마취 시술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일주일에 4명만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반면 해당 치료가 필요한 중증장애인은 현재 대기자만 200여명에 달한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마취전담의가 협진을 하는 방식으로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의료진보다 인력이 추가 충원돼야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 의료진 구인이 쉽지 않고 전문의 배출도 원활하지 않아 고민이 깊다"고 설명했다.

전남대병원은 마취전담·야간전담 등 진료전담의사직을 신설, 마취통증의학과 일반의 6명 등의 31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으나 지원자가 없는 등 의료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중증장애인 환자들이 전남대치과병원에 집중되는 것도 대기자 적체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장애인 전문 치과 진료를 위한 보건복지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전남도는 순천의료원에 권역장애인 구강진료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곳도 2026년 1월쯤에나 개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사업비 25억 원을 투입해 구강진료실, 전신마취 수술실, 방사선 촬영실, 회복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