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상적 출근로서 추락사…법원 "현장책임자 과실치사 적용 못해"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통상적이지 않은 출퇴근로로 출근하다 숨진 근로자에 대한 안전소홀 의무를 물어 현장책임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영아)는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현장 안전관리 책임자 A 씨(58)와 B 업체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2년 6월 6일 오전 7시 43분쯤 전남 여수의 한 공원 조성 공사 현장의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출근하던 50대 근로자가 2m 46㎝ 높이의 석축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중대재해발생 사업장 감독을 하면서 컨테이너 사무실 상부 계단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당시 피해자는 석축을 지나 사무실로 출근하는 과정에서 실족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찰은 A 씨와 B 업체가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착용시키지 않는 등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사고가 났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공사현장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로, 피해자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거나 별도의 작업 지시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산업재해보상법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피해자의 추락 경로는 통상적인 경로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현장엔 다른 정상적인 통행로가 있었고 추락 위험을 알리는 지장물도 설치돼 있었다. 현장 근로자들이 이 석축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로 사용했다는 검찰의 항소 이유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을 줄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등을 위반한 행위는 산업 현장의 일상적 위험을 실현해 인명사고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죄책이 중하다"면서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