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역할한 40대…1심 실형·2심 '무죄'

조직적 범행 미필적 인지 여부 쟁점…경험칙 두고 판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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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시를 수행한 40대 여성이 1심에서는 실형을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사기,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A 씨(47·여)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2022년 9월쯤 전남 무안군과 완도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은 2명의 피해자로부터 5135만 원을 건네 받고 일부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1심부터 보이스피싱 범행인 지 인지했으면 이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인식하고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암묵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다.

해당 범죄는 조직원들 사이의 순차적 공모관계가 형성되는 게 일반적이고, 현금 인출책, 수거책, 전달책 등은 구체적인 범행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담자들도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1심은 A 씨가 수사와 재판을 성실히 받아온 점 등을 토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약 4개월 뒤 열린 2심 재판부의 선고는 180도 달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공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고인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각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보지의 주택조사원 구인글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실제 4일간 주택조사업무를 하다가 5일째 되던 날 갑자기 무통장 입금 업무를 지시 받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범행 지시 메시지를 살펴보면 '피고인이 지시자에게 커피쿠폰을 선물했다는 내용이나 피고인이 업무 중 주차위반 과태료를 납부했다며 유료주차장이 아니면 주차를 못 하겠다'고 말하는 내용이다. 피고인은 자신이 정상적 회사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지 않았고 피해자들과 대화도 하지 않았다. 이후 '일이 이상하지 않냐'는 남편의 말에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이런 점을 볼 때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문제화돼 널리 알려진 것은 맞지만 범행 행태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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