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중기부 정책에…지자체는 '혼란' 영세상인은 '울상'
상가건물 '밀집지역' 정의 혼선…지원 물거품 위기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중소벤처기업부의 애매한 정책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영세상인이 혼란에 빠졌다.
2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1월 2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광주 서구에 위치한 대규모 점포인 세정아울렛에 '자율상권구역 지정 절차 개요 및 관련 자료'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세정아울렛은 전통시장이나 상점가가 아닌 '대규모 점포'에 해당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원금이나 온누리상품권 사용 등 혜택을 받지 못한 곳이다.
사실상 각 점포를 개개인 영세상인이 운영하고 있고 시설이 노후돼 일반 대규모 점포나 백화점 수준의 매출이 나오지 않지만 법률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등기 발송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담당자는 2021년 7월 27일 제정된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상권법)을 안내하며 세정아울렛을 '자율상권구역'으로 등록하는 것이 어떠냐고 먼저 제안했다.
지역상권법은 지역상권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을 증진시키고, 자생적·자립적인 상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상권이 쇠퇴한 지역을 대상으로 하며 구역으로 지정될 시 △상생협약으로 정하는 비율 이내의 임대료 인상 제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 △조세·부담금 감면 △구역 활성화를 위한 조사·연구비 보조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역상권법에 따르면 등록 요건은 △상업지역 100분의 50 이상 포함된 곳 △도소매 점포수 100개 이상 △사업체수·매출액·인구수 중 2개 이상이 연평균 기준으로 최근 2년간 계속해서 감소한 곳이다.
세정아울렛은 100% 상업지역으로 등록돼 있으며 점포수가 120곳, 사업체수·매출액·인구수 3개 항목 모두 2년간 감소한 곳이라 요건에 전부 해당됐다.
뜻밖의 제안에 세정아울렛 상인회는 상인과 임대인, 토지주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준비위원회를 설립하고 정관과 창립총회를 의결해 자율상권조합을 만들어 구역 지정을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0월 광주 서구의회 오광록 의원이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 지원 조례안'을 발의해 제정되기도 했다. 이는 지역상권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역의 하위 조례로 만일 세정아울렛이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즉시 지자체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끔 하는 수단이었다.
구역 지정을 위한 준비가 탄탄대로였던 올해 5월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가 중기부에 '자율상권구역 지정 가능 여부'를 문의하게 됐다.
지역상권법이 시행된 지 2년밖에 안 돼 지역내 해당 케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이 '이대로 준비하면 허가가 가능할지' 질의한 것이다.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5일 발송한 회신문에서 갑작스레 '세정아울렛의 경우 단독으로 지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지역상권법 제2조에서 '지역상권'을 상가건물의 소유자·임대인·임차인·토지소유자·주민 등이 어우러져 지역에 특화된 생활·문화·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상가건물 '밀집지역'으로 정의하는데 세정아울렛은 '건물'이 1채라서 '밀집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현재 법령 내 상가 수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위 조문을 근거로 세정아울렛 1곳을 지역상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적었다.
법안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정확하게 상가 '건물 수'가 몇 개여야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세정아울렛 상인회와 광주 서구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는 "중기부 측에서 먼저 요건이 될 것 같다며 제안해놓고서 이제 와서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중기부 담당자는 "제안했던 것은 전임자다. 현재로서는 요건이 안 될 것 같다"고 답했다.
회신문 수신 후 광주 서구가 이 요건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해 중기부는 법률구조공단에 법률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김상묵 세정아울렛 상인회장은 "지역상권에 대한 법의 정의는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밀집상권'이다. 세부적인 요건도 상업지역과 점포수 등으로 규정해 놓고서 물리적 요건을 충족했는데 갑자기 왜 안된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2022년 11월 당시 먼저 자율상권구역을 제안했던 담당 공무원은 가능 여부를 따져보지 않은 것이냐"며 "같은 법인데 현 담당자가 바뀌어서 해석이 다르다면 이제라도 명확한 규정을 달라. 건물이 1개라서 안 된다면 2~3개면 가능한지라도 답변을 달라"고 호소했다.
지역 내 첫 '자율상권구역' 지정을 앞두고 조례 등록과 관련 케이스를 연구했던 광주 서구와 의회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세정아울렛의 자율상권구역 지정 사업은 서구 경제과와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상가 '건물 수'가 정확하게 몇개여야 충족할 수 있는지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법률구조공단의 자문을 통해 지역상권법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지와 세정아울렛의 가능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다. 기다려달라"고 답변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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