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정원 미달 광주 명진고 내년부터 '남녀공학'으로 전환

'비리사학 인식' 우려 속 승인
학벌없는사회 "공익제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선행돼야"

광주 명진고 전경.(광주시교육청 제공)./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사학비리와 교원갈등으로 기피학교가 돼 4년 째 정원 미달을 겪은 광주 명진고의 남녀공학 전환이 승인됐다.

2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명진고 남녀공학 전환 검토위원회 2차 회의를 통해 내년 신입생 모집부터 남녀 공학이 결정됐다.

위원들은 명진고의 남녀공학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학교나 법인 측의 변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남녀공학 전환으로 학교 지원율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신뢰를 회복하려는 도연학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중론을 모았다.

명진고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는 것은 그동안 각종 논란에 대한 학교와 법인 측의 대응 때문이다.

2018년 교사들이 위안부 비하 발언을 해 스쿨미투가 터지는가 하면, 정규직 채용 대가인 금품제공을 거절하고 공익제보를 한 교사를 해임하고 이에 반발하는 학생들을 고소했다.

이 과정을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1억 원의 손해배상 고발을 이어가는 등 학교에 제기된 논란에 대해 맞불을 놓았다.

이러는 사이 명진고 입학을 희망하는 신입생이 급감하며 2020년 781명이던 학생 수는 올해 99명으로 1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결국 폐교 위기를 모면하려는 명진고는 남녀공학 전환을 2022년부터 시도하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재단 비리와 부당해고, 보복성 고소로 학생과 학부모가 명진고 진학을 꺼릴 수 밖에 없다"면서 "명진고가 신뢰받는 학교로 거듭나려면 도연학원 이사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또 "광주시교육청은 도연학원의 선행조치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합의가 안 되자 덜컥 남녀공학을 승인해버렸다"면서 "악순환의 뿌리를 끊는 행정수단을 포기한 광주시교육청의 성급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광주시의회가 관련 절차 전반을 들여다보고 엄중히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시교육청도 향후 명진고의 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인구 8만인 광주 수완지구 한복판에서 학생 모집이 또다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전환 과정에서 학교측의 태도가 문제라는 많은 지적이 있었다. 교사와 시민단체, 언론에까지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태도는 많은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면서 "학령 인구도 많은 부지에서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 때문에 남녀공학 승인이 나긴 했으나, 내년 신입생 모집도 어려움을 겪으면 교육청도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