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집 놀러왔던 10대 지적장애 아동, 불길 못 빠져나와 숨져(종합)

A 군 있던 작은방서 '펑'소리…"인기척 없어 나간 것으로 판단"
조부모는 화상…1차 검시 결과 '질식사' 추정, 부검 예정

23일 오후 8시 32분쯤 전남 영광군 홍농읍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불은 40분 만에 진화됐지만, 지체 장애를 앓던 10대 1명이 숨졌고 그의 80대 조부모는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영광소방 제공) 2024.6.24/뉴스1

(영광=뉴스1) 이승현 기자 = 주말 조부모 집을 찾은 10대 지적장애 아동이 화재 현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안타깝게 숨졌다.

24일 전남 영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32분쯤 영광군 홍농읍 한 주택에서 불이 나 지적장애를 앓고 있던 A 군(11)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A 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 등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날 오후 11시쯤 병원으로부터 사망 판정을 받았다.

집 안에 함께 있던 A 군의 할머니(80)와 할아버지(87)는 자력 대피해 화를 면했지만, 2도 화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조부모집 인근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A 군은 주말마다 조부모집을 찾아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부모는 A 군을 목욕시킨 후 거실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A 군이 있던 작은방이자 컴퓨터방에서 '펑'소리와 함께 연기와 불꽃이 일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A 군의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외쳤지만, 방에서 인기척과 응답이 없어 아이가 밖으로 나간 것으로 판단해 대피했다.

하지만 불길을 피하지 못 한 A 군은 안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고, 1차 검시 결과 사인은 질식사로 판명됐다.

불은 집(110㎡) 절반과 가재도구 등을 태워 9800여 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낸 뒤 소방당국에 의해 40분 만에 진화됐다.

펑소리와 함께 불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는 목격자, 가족 진술과 1차 감식 결과를 토대로 당국은 A 군이 있던 작은방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군이 안방에서 발견된 이유와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2차 합동 감식도 진행하고 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