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함께 산 아내 살해 뒤 질병사 위장…70대 남편 항소심도 중형

경찰 상해 적용→검찰 살인 혐의 기소
광주고법 항소 기각…징역 12년 유지

광주고등법원의 모습./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32년간 함께 살던 아내를 살해한 뒤 질병사로 위장해 무죄를 주장한 7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초기 수사를 맡은 경찰은 살인이 아닌 상해로 결론냈으나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의영)는 18일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A씨(72)와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12월 4일 오후 6시에서 다음날 오전 2시 사이 전남 고흥군의 자택에서 32년간 함께 살아온 사실혼 관계의 아내 B 씨(66·여)를 목 졸라 죽인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사건 전날 A 씨가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부검에서 B 씨의 사인이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되고, B 씨의 손톱에선 A 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방어흔이 존재하는 것을 파악했다.

또 A 씨에 대해 법의학 감정의 의뢰한 뒤 심리를 분석한 결과와 금융계좌내역, 관련 전과 기록 등을 토대로 상해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

A 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 혼자 술을 마셨고, 새벽에 깼는데 아내가 제 양손을 잡고 숨을 쉬지 않았다"며 "너무 놀라서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집밖으로 뛰쳐나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요청, 119에 신고를 하게 됐다. 검찰이 정확한 증거도 없이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외부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는 점, 피해자가 외출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 점, 집 안에는 이들 부부만 유일하게 머물고 있던 점 등을 토대로 A 씨가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후 신고 없이 50분 간 집 주변을 배회했다. 경제적 문제로 인한 갈등 상태에서 우발적 범행을 저질렀음이 명백하다"며 1심 형을 유지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