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 이런 물벼락은 처음"…236㎜ 폭우에 농민들 '망연자실'

고흥군 포두면 어린이날 연휴 집중호우에 농경지 침수 날벼락
지대 낮은 해창만 간척지 상습침수…"피해조사·배수개선사업"

어린이날 연휴에 쏟아진 폭우로 6일 오전 전남 고흥군 포두면 일대 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고흥군 제공)2024.5.7/뉴스1

(고흥=뉴스1) 김동수 기자 = "풍년을 기대하며 모내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게 무슨 물폭탄인지…."

50년째 전남 고흥군 포두면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정호선 씨(70)는 7일 어린이날 연휴(4~6일)에 쏟아진 폭우로 허탈해했다.

4만 8000평에 달하는 자신의 농경지 전부가 빗물에 잠기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맘때쯤이면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맞아 정신없이 바빠야 하고, 푸른 빛을 띤 벼줄기는 길게 뻗으며 무럭무럭 자라야 하지만 때아닌 폭우로 모두 망쳤다.

정 씨의 농경지 곳곳에는 여전히 물이 고여있고, 이미 모내기 한 일부 논의 벼는 이틀간 물에 잠겨 '호흡'을 하지 못해 썩어 있기도 했다.

그는 "(예년에도)비가 오긴 왔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온 적은 평생 처음"이라며 "날벼락인지 물벼락인지 하늘만 바라볼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풍년은커녕 모내기 시작도 전에 완전히 농사를 망쳤다"며 "지자체에서 배수작업을 도와줘 물은 어느 정도 빠졌지만 얼마나 피해가 있을지 걱정이다"고 했다.

농민들은 일기예보를 통해 비소식을 접했지만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비가 내리면 지리적 특성상 빗물이 지대가 낮은 해창만 간척지로 모이기 때문이다.

40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임영주 씨(67)는 "빗물은 대부분 빠진 상황이지만 벼가 잘 자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좋은 비료를 사용해 벼가 다시 성장하도록 해야지 별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농민 김중곤 씨(63)도 "간척지를 끼고 있어 비가 올 때마다 조마조마하다"며 "10~14일 뒤쯤이면 정상적일 수 있으나 기후 상황과 벼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린이날 연휴에 쏟아진 폭우로 6일 오전 전남 고흥군 포두면 일대 농경지가 물에 잠겨 있다.(고흥군 제공)2024.5.7/뉴스1

고흥군은 전날부터 침수현장을 점검하고 해창만 간척지내 조생종 벼와 조사료 재배단지의 침수피해 상황 파악 및 신속한 배수 관리 점검에 나서고 있다.

군은 상습침수가 해결될 때까지 매년 200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배수개선사업을 지속 실시할 방침이다.

전남 지역에는 연휴기간 호우특보가 발효돼 보성읍 274㎜, 광양읍 261.5㎜, 고흥 포두 236㎜, 순천 덕암 223.5㎜, 강진읍 13.3㎜ 등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농경지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현재까지 피해 면적은 1539㏊로 맥류 도복 1278㏊, 조생종 벼 침수 243㏊, 하우스 침수 16.7㏊(139동) 등이다. 주요 피해 발생 지역은 해남, 강진, 순천, 보성, 고흥, 광양 등으로 집계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농작물 피해조사를 신속히 완료하고, 농작물 재해보험금 및 재해복구비도 조속히 지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