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 노조 출범…광주형 일자리 실험 좌초하나
'35만대 생산까지 무노조·무파업' 노사상생발전협약 무너져
캐스퍼 위탁생산 맡긴 현대차 대응 주목…GGM 미래 안갯속
- 박영래 기자,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박영래 이수민 기자 = 최초의 지역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광주형 일자리 실험'이 위기에 처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노사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합의 자체가 무너지면서 회사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2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광주글로벌모터스 내에 기업별 노조가 생긴 데 이어 제2노조격인 '광주글로벌모터스노조'도 조합원 92.3%의 찬성으로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했다.
두 노조 가입 인원은 GGM 전체 근로자 650여명 가운데 15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노조 출범에 회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GGM은 2019년 출범 당시 노사상생발전협정을 통해 '35만대 생산 때까지는 노사가 동수로 구성된 상생협의회를 통해서 회사의 모든 문제 현안을 해결해 나가자'고 약속했다. 사실상 무노조, 무파업을 약속했지만 출범 5년여 만에 그 의미를 잃게 됐다.
광주글로벌모터스 측은 노조 출범과 관련해 "앞으로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준수하면서 직원들에게는 더 좋은 회사, 지역사회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짤막한 입장만 내놨지만 직원들의 노조 가입 움직임 등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GGM에 차량 위탁생산을 맡긴 현대차의 앞으로 움직임도 주목된다.
GGM은 2021년 9월 현대자동차의 위탁을 받아 경형 SUV '캐스퍼'를 양산하고 있으며 7월15일부터 전기차 양산을 시작한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와의 계약구조가 GGM 노조의 등장과 함게 불안정해질 위험에 처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장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차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경우 현대차가 위탁생산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캐스퍼 판매도 부진한 상황에서 GGM에 노조마저 설립되면서 GGM과 현대차의 계약관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노동시장의 새로운 실험인 광주형 일자리의 좌초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첫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로 불리는 광주글로벌모터스의 성공적인 안착은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이고 제조업 전반에 상당한 변화와 파장을 불러왔다.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한국 제조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고 노동자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 기업에는 적정한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게 광주형 일자리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문화, 복지, 보육시설 등의 지원을 통해 보전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매년 7만대 이상을 생산한다더니 현실은 5만 대에 지나지 않는다"며 "주 44시간에 입사 4년차 연봉이 3300만~3500만 원인데, 애초 약속한 주택 지원 등 후생복지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임금과 복지 약속 미이행, 강압적 현장통제와 소통 부재가 기업노조를 만든 이유"라며 "노조 결성 이후 단체교섭 요구 확정을 위한 '조합원 공청회' 등을 진행해 6월이면 단체교섭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