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꺾은 민형배 "민주당도 잘못하면 죽을거야라는 경고"

[당선인을 만나다] 광주 광산을 민형배 '주권자 시민 정치시대'
"22대 총선 여당 사망선고, 민주당엔 경고…정치 지체 풀어야"

광주 광산을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민심은 무섭고 단호하고 지혜롭다."

더불어민주당 텃밭 광주에서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재선에 성공한 민형배 광주 광산구을 국회의원 당선인은 22대 총선을 "무서운 민심을 확인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광주 광산을 선거구는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출마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지역으로 떠올랐다. 민 의원은 이낙연 대표를 꺾고 당선됐다. 민주당 광주 8명 중 살아남은 유일한 현역 의원이자 재선 의원이다.

민 의원은 "지금은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라 주권자 시민이 정치하는 시대"라며 정치의 방식이 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의 의미에 대해선 "여당에는 사망 선고, 민주당에는 마지막 기회 내지 경고를 준 선거"라며 "민주당도 잘못하면 죽을 거야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민 의원은 "정치 지체를 뚫는 게 민주당의 과제"라며 "주권자 시민 정치 시대 정치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광주 광산을은 이번 총선 전국적인 관심 선거구였다. 이낙연 공동대표를 꺾고 당선됐는데 소감은.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약간의 후련함과 안도감이 있는데 뒤끝은 씁쓸하다. 환호하고 그럴 상황이 아니다. 전체 민주당 선거판은 환호할 만한 일인데 광주의 선거판에 대해서는 약간 무거운 느낌이 있었다.

- 어떤 부분이 무겁다고 느껴지나.

▶첫 번째는 민주당이 지역의 주권자들, 시민들로부터 온전하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거다. 두 번째는 민주당을 공격하고 무슨 공천 학살이라고 하고 가짜 민주당이라고 하면서 반감을 조성했는데 내가 이 부분을 항의했지만 막상 선거에서는 내가 말할 필요도 없는,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란 건 어떤 의미인가.

▶처음에 시민들이 민주당 현역을 다 갈아치웠잖나. 그리고 조국을 세게 끌어올렸다. '호남 정치'라고 하는 광주·전남·전북에서 모두 비례는 민주당 계열인 더불어민주연합보다 조국혁신당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줬다. 아군이고 우군이고를 떠나 조국신당쪽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줬다는 건 민주당에 대한 불완전한 승인이라는 거다. 호남에서 전부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줬지만 시민들 보시기엔 미덥지 않은 거지.

그랬는데 그걸 새로운미래가 나타나서 여기 호남에다 대고 막 비난을 쏟아냈잖나. 그리고 제 지역구에서는 그중에 대표 선수가 와서 경선을 하게 된 건데, 이 상황에서 제가 막 반대 의견을 내거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냐, 이런 말을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거다.

- 민심은 이미 민주당 쪽에 기울어 있으니깐?

▶그렇다. 우리는 독재 정권, 검찰 독재를 심판하겠다고 했는데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하니 이미 방향은 전혀 다르게 설정이 돼 있었다. 민심은 민주당이 얘기하는 독재 정권 심판 쪽에 가 있었고 그러니까 여기는 (이낙연 대표 지지율이) 처음부터 안 나오게 돼 있었다. 시민들이 이미 다 알아서 하니까 저는 특별히 할 말이 없는 거다.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하는 최초의 선거가 된 거지.

- 이번에 광주 8명 현역 의원 중 7명이 모두 탈락했다. 광주 민심은 어떻게 평가하나.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은 정치인이 정치를 하는 시대가 아니라 주권자 시민이 정치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건 2016년 촛불 때부터 시작된 건데 그 촛불 시민들이 점점 성장해서 이제는 정치의 주체가 됐다.

문제는 여의도 정치인들이 '주권자 시민의 정치 시대'라는 이 흐름을 정확하게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광주시민들이 화가 났고 민주당을 혼내고 싶은데 대체제가 없으니 현역들한테 화풀이를 다 하신 거라고 본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의 최전선에서 현역들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현역이 타깃이 된 거다.

- 그러면 8명 중 유일하게 '민형배'만 살아남았다.

▶저는 좀 봐준 거라고 본다. 시민들은 민형배가 그래도 좀 싸우고 시대의 흐름, 정치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니 '너는 좀 봐줄게'라는 정서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 흐름에 '너는 그래도 좀 호응을 했어' 그렇게 봐준 것 같고 다른 분들은 '좀 부족해'라고 책임을 지우는 상황으로 본다.

-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시대정신을 못 따라간 측면이 있으니 혼낸 것이라는 건데, 지금 새로 당선된 당선인들이 꼭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그것은 그 다음 문제다. 당선된 이들이 그런 일을 더 잘해 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갖고 하는 것이다.

- 그런 믿음이 깨지면?

▶믿음이 깨지면 또 여지 없다. 그래서 그냥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심은 역시 무섭고 단호하고 지혜롭다. 주권자들인 광주시민의 집단지성은 단호하고 지혜롭다'는 것이다.

광주 광산을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 정치인의 정치 시대에서 주권자 시민의 정치 시대로 바뀌었다는 게 핵심 철학인 것 같다.

▶저는 광산구청장에 당선된 2010년부터 정치가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산구청장 재선하고 2015년에 낸 책 제목이 '내일의 권력'이다. 그 책에 내일의 권력의 주체는 누구냐,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라고 썼다. 여기서 지역은 중앙 수도권에 대비되는 지방이 아니라 서울이든 부산이든 광주든 다른 지역에 대비되는 수평적 의미의 지역이다.

'지역과 시민이 내일의 권력의 주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은 적어도 여의도를 하나의 섬으로 만들어놓고 그 섬에서 이 거대한 민심의 바다에 호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 걸러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총선 전체 선거 결과를 두고 총평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새로운 주권자들이 여당에는 사망 선고, 민주당에는 마지막 기회 내지는 경고를 한 선거라고 본다. '민주당 너네도 잘못하면 죽을 거야'라는 경고다.

2016년과 2017년에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켰던 촛불 시민들, 어떤 철학자는 '새로운 주권자'라고 표현하는데, 새로운 주권자들은 지난 문재인 정권 과정을 보고 안 되겠다 해서 못 버티고 저쪽으로 넘어갔다. 권력, 정권이 넘어간 건데 그 정권이 지나가는 걸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에 절반을 훌쩍 넘는 과반의석을 줘버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적, 법률적, 행정적으로는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정치적 탄핵을 한 것이고, 민주당에게는 경고를 보낸 거다. 이 부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새로운 주권자'는 말 그대로 '시민'이라는 건데 새로운 시대에 '주권자 시민'이 주도하는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이제 주권자의 시대, 시민의 시대가 열렸으니 정치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정치의 방식, 접근 방식, 정치를 뒷받침하는 정당의 운영 방식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이미 정당은 대중 정당화가 됐다. 완벽하게 원내 정당이 아니다. 원내대표를 뽑을 때도 대의기관인 국회의원들만의 의사로 뽑는 것은 온당치않다.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새로운 주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 시민들은 민생을 얘기하는데 아직 검찰 독재라는 정치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중요한 얘기다. 왜 지금도 검찰 독재 정치 얘기만 하고 다 빠졌냐고 할 수 있는데 이게 풀리지 않으면 민생을 풀어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민생과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켜낼 방법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생 경제 위기, 사회 양극화 위기, 안보 위기, 생태 위기, 정치의 실종 등 5대 위기에 빠져있다. 고물가 고금리에 국민들 삶이 팍팍해졌고 사회적으로 극단 세력의 등장과 차별, 혐오가 만연해 있다. 안보 위기로 남북 관계 파탄 나고 평화 위기에 처해 있다. 이게 지속 가능한 생태가 파괴되는 생태 위기로 이어진다. 이걸 빨리 회복해야 하는데 이 모든 위기의 근저에는 '정치적 위기'가 있다. 정치의 실종, 정치 부재의 시대다. 그걸 주도하는 게 검찰 정치 세력이고 검찰 독재 타도라는 선결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 운영도 불가능하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게 된다.

-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인식은 어떻게 평가하나.

▶총선에서 정치적 탄핵을 했는데도 지금 윤석열이라고 하는 이분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뭐가 문제인지 자기 진단이 안 되는 집단이라는 거다. 그러니 공무원들이나 전문가들이 얼마나 복장이 터지겠나.

- 여당에 사망 선고를 내린 선거라고 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뭔가.

▶국민의힘은 대통령 후보 하나를 키우지 못해서 엊그제까지 검사였던 사람을 데려다가 후보를 만들어 당선시켰다. 그것도 갈라치기 하고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혐오와 대결을 통해서 한 거다.

또 야당 대표와 한 번도 타협하지 않았다. 국회가 결정해서 보내면 거부권 행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정치가 부정된 거다. 그래서 시민들이 탄핵을 한 것이고,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예전에 103석이었는데 이번에 108석 얻었잖아 이러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 1번 과제는 검찰 독재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검찰 독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검찰 정치검찰을 해체하는 것이다.

- 지난번에 광주 정치력의 회복, 복원을 위해 중요 당직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

▶국회의원은 '선수'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다선 의원이 있어야 예산을 따올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정치의 ABC'가 아니고 정치도 아니다. 그냥 행정을 잘하면 되고 그걸 정치력이 뒷받침해 주면 된다. 정치는 주권자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를 중앙정치 무대 혹은 전국 정치 무대에서 관철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된다. 그 채널을 위해 중요 당직을 얘기하는 거고 검토를 해보는 거다.

- 원내대표 도전을 지금 준비하는 건가?

▶준비가 아니라 도전해야 할 것인지 검토를 하고 있다. 최소한 이런 원내대표로 가야 된다는 분위기라도 잡을 생각이다.

- 지난번에 중요한 당직에 도전하겠다고 하니까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 그런 전망이 많았다.

▶저는 무슨 당직을 정해놓고 한 게 아니다. 내가 무슨 당직에 자리를 차지해서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게 아니고 광주의 목소리,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중앙 정치에서 관철시키고 아까 말씀드린 '정치를 바꿔라' '정당 운영을 바꿔라'는 것을 민주당 차원에서, 의회 차원에서,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자리를 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그런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당직이 있다면 그것을 맡아야 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맡을 것인지를 검토한다는 얘기다. 어떤 정치를, 무엇을 할 것이냐가 우선이고 내가 무슨 자리에 올라갈 것이냐, 무엇이 될 것이냐는 그런 정치를 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고 채널이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다. 대표적으로 김용민 의원이나 우리 공정사회포럼 멤버들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 범야권이 192석을 얻었다. 개헌선인 200석을 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재명 대표는 왜 거의 환호하지 않았을까를 묻고 싶다. 저도 곰곰히 생각해 보는데 200석은 양날의 칼이다. 엄청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200석은 이를테면 일종의 역쿠데타라는 빌미가 될 수 있다. 200석 넘는다고 당장 탄핵할 수 있는 거 아니잖나. 절차가 있고 명분이 있어야 하는 거잖나. 물론 탄핵 사유는 차고 넘쳐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런데 192석이다. 이건 굉장히 어렵기는 하겠지만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상황을 끌고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그래서 제가 제안한 접근 방식은 끌려다니는 대신 끌어당기는 정치를 민주당이 해야 한다는 거다.

그동안 정치 검찰에게 질질 끌려다니면서 아무것도 못 했다. 사실 이재명 대표는 얼마나 답답했겠나. 근데 그 상황이 또 온 거야. 그래서 이재명은 환호할 수가 없었어요. 200석 넘었어도 환호하지 않았을 거야. 사실은 총선 시민혁명이 일어난 건데 이 총선 시민혁명 상황을 정부 여당이 부인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컬쳐 렉(Culture lag), 문화 지체라고 하잖나. 이걸 제가 가지고 와서 쓰는 표현이 정치 렉, 정치 지체다.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는 이만큼 강한데 여의도에 있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인들은 뒤처져 있다.

이재명 대표 하는 말이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한다'는 말이다. 제 표현으로는 주권자 정치시대라고 하는 거고. 이건 완전히 새로운 주권자들이 나타나서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지체를 뚫고 나가는 게 민주당의 과제다. 이 과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