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 '나홀로 등교'했던 그 섬마을 소년…놀라운 '반전'

[지방지킴] '1인 초교' 다닌 인간극장 주인공 14년 만에 귀향
대학 졸업 후 신안 돌아와 기부카페 차려…수익금 전액 기부

편집자주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 지방 소멸을 힘 모아 풀어나가야 할 때입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든든한 이웃을 응원합니다.

전남 신안의 섬마을 소악도에서 기부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우 씨(32) 2024.4.19/뉴스1

(신안=뉴스1) 박지현 기자 = 전남 신안의 섬마을 소악도. '섬티아고 순례길'로 알려진 이곳에는 20명 남짓의 주민이 산다.

김현우 씨(32)도 그중 한명이다. 김 씨는 2004년 '소악도 소년 현우의 삶'이라는 주제로 KBS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주인공이다.

그가 다닌 학교는 전교생 1명에 교사도 1명인 분교다.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 '흰둥이'와 함께 등교하며 소악분교를 지켰다.

섬 소년의 일상이 방송을 타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진학할 중학교가 없어 14살 때 할머니집이 있는 목포로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14년, 시간이 흐른 후 섬 소년은 28살 청년이 되어 소악도로 돌아왔다.

나중에 결혼해 자녀를 낳는다면 학창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선사한 고향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비록 알파벳을 중학교 때 처음 배웠지만 선생님과 함께 산과 바다로 나들이 다녔던 행복한 기억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구감소로 소멸의 위기와 마주하면서 소악분교는 폐교의 기로에 섰다.

김 씨와 아버지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 발 벗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폐교를 결정하면 발전지원금이나 위로금 명목의 지원이 군청에서 나오지만 이는 지역소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다.

'학교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 살고 싶어도 못 산다'는 끈질긴 설득 끝에 김 씨의 모교인 소악분교는 폐교가 아닌 휴교 상태로 남아 있다.

그는 지역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나 문화시설보다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 신안의 섬마을 소악도에서 기부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우 씨(32)가 손님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본인 제공)2024.4.19/뉴스1

김 씨는 현재 아버지의 김 양식업을 돕고 있지만 동시에 '쉬랑께 2호점' 카페의 대표이기도 하다.

처음엔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차를 내주는 게 시작이었다.

이곳엔 커피와 차부터 시골집밥과 국수까지 메뉴판에 없는 게 없지만 딱 한 가지 '가격'이 빠져 있다.

대신 관광객들로부터 마음 가는 만큼의 기부금액을 받는다.

그는 "모아둔 기부금을 어떤 좋은 일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낙도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신안군 장학재단에 2000만 원을, 월드쉐어 해외아동들에게는 690만 원을 기부했다.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중이지만 섬 사람들의 따뜻함을 널리 전하고 싶다는 김 씨.

섬 출신 소년이 청년이 되어 돌아와 이곳을 지키며 앞으로 어떤 꿈을 이뤄나갈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소중한 기억을 선사한 내 고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섬 사람들의 따뜻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변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전남 신안의 섬마을 소악도에서 기부카페에서 손님과 사진을 남기고 있는 김현우 씨(32).(본인 제공)2024.4.19/뉴스1

war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