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 '나홀로 등교'했던 그 섬마을 소년…놀라운 '반전'
[지방지킴] '1인 초교' 다닌 인간극장 주인공 14년 만에 귀향
대학 졸업 후 신안 돌아와 기부카페 차려…수익금 전액 기부
- 박지현 기자
(신안=뉴스1) 박지현 기자 = 전남 신안의 섬마을 소악도. '섬티아고 순례길'로 알려진 이곳에는 20명 남짓의 주민이 산다.
김현우 씨(32)도 그중 한명이다. 김 씨는 2004년 '소악도 소년 현우의 삶'이라는 주제로 KBS 교양프로그램 '인간극장'에 출연했던 주인공이다.
그가 다닌 학교는 전교생 1명에 교사도 1명인 분교다.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 '흰둥이'와 함께 등교하며 소악분교를 지켰다.
섬 소년의 일상이 방송을 타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진학할 중학교가 없어 14살 때 할머니집이 있는 목포로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14년, 시간이 흐른 후 섬 소년은 28살 청년이 되어 소악도로 돌아왔다.
나중에 결혼해 자녀를 낳는다면 학창시절의 소중한 기억을 선사한 고향에서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는 "비록 알파벳을 중학교 때 처음 배웠지만 선생님과 함께 산과 바다로 나들이 다녔던 행복한 기억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구감소로 소멸의 위기와 마주하면서 소악분교는 폐교의 기로에 섰다.
김 씨와 아버지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 발 벗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폐교를 결정하면 발전지원금이나 위로금 명목의 지원이 군청에서 나오지만 이는 지역소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에서다.
'학교 없어지면 젊은 사람들 살고 싶어도 못 산다'는 끈질긴 설득 끝에 김 씨의 모교인 소악분교는 폐교가 아닌 휴교 상태로 남아 있다.
그는 지역소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나 문화시설보다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씨는 현재 아버지의 김 양식업을 돕고 있지만 동시에 '쉬랑께 2호점' 카페의 대표이기도 하다.
처음엔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차를 내주는 게 시작이었다.
이곳엔 커피와 차부터 시골집밥과 국수까지 메뉴판에 없는 게 없지만 딱 한 가지 '가격'이 빠져 있다.
대신 관광객들로부터 마음 가는 만큼의 기부금액을 받는다.
그는 "모아둔 기부금을 어떤 좋은 일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다 낙도에서 힘들게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신안군 장학재단에 2000만 원을, 월드쉐어 해외아동들에게는 690만 원을 기부했다.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중이지만 섬 사람들의 따뜻함을 널리 전하고 싶다는 김 씨.
섬 출신 소년이 청년이 되어 돌아와 이곳을 지키며 앞으로 어떤 꿈을 이뤄나갈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소중한 기억을 선사한 내 고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며 "섬 사람들의 따뜻한 면을 보여주기 위해 변하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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