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이 없어도…'약속 지키는' 세월호상주모임의 원동력은

[세월호 10년] "내 일일 수 있다" 기억과 공감의 힘
개개인 모여 추모제·분향소 10년째…"조금 더 나은 내일"

편집자주 ...국민들에게 '세월호'는 '노란 리본'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탑승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이자 상징이다. '아직도'가 아닌 '여전히' 노란 리본의 봄을 잊지 않고 있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을 들여다봤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팽목항) 방파제에서 추모객들이 세월호 벤치에서 묵념하고 있다. 2024.4.1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은 독특하다. 시민 단체나 조직을 중심으로 꾸려진 곳은 많지만 이곳처럼 시민 개개인과 마을 단위가 주축이 돼 활동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누구 하나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고 지원정책도 없지만 10년 동안 꿋꿋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두 팔 걷고 나선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비상식적인 참사' 그 자체와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공감대에 있었다.

10년 전 전남 진도 해상에서 벌어진 참사는 304명의 목숨을 집어삼켰다. 들뜬 마음으로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해 회갑 기념 여행을 떠나던 중년과 노년층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골든 타임을 놓쳐 제대로 된 구조가 이뤄지지 않았고, 선장이 "객실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하며 현장을 떠나 피해를 키우기도 했다.

3번이나 구성된 조사위원회도 침몰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처벌받은 국가 책임자도 단 1명에 불과했다.

상주모임 참여자들은 그날의 진실에 대해 누구 하나 속 시원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원동력으로 꼽았다.

문은미 상주는 "세월호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참사 당시 저는 초등학생 2명의 엄마였다.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접한 참사는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소회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일, 시민들이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가장 쉬운 게 노란 리본이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팽목항)에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2024.4.14/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리본은 특정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상징이다. 참사 당시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로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리본이 전국적으로 확산돼 현재 '세월호'가 '노란 리본'을 대표하게 됐다.

이 일을 계기로 문 씨는 노란 리본을 만들고 노란 리본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그는 "상주모임에 참여하게 됐지만 누군가 역할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각자 찾아나갔다"면서 "모두가 '이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마음뿐이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민기 씨 또한 참사에 마음 아파하며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자신의 마을에서 시작한 일이 공동체를 움직이게 했고 창소년들의 자발적 참여도 이끌어냈다.

정 씨는 "상주모임은 단체가 아니라 개개인의 모임"이라며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200명을 넘겼고 모두가 힘을 모으니 매년 추모제를 진행하고 분향소를 설치하는 등 커다란 움직임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의 원년 멤버인 박미자 씨는 사회에 '기억은 힘이 세다'라는 메시지도 전한다.

박 씨는 "희생된 학생들의 부모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며 "우리는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유가족분들이 버티고 있는 한 끝까지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연대하고 투쟁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이렇게나마 기억해야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더 나아가 진상규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