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계엄군 성폭력' 조사보고에 조사위-시민들 대립각

조사위 소속 3인 위원 "'진상규명' 결정에 반대" 보도자료 배포
민변 광주지부 "'신빙성 없다'고 2차가해 하며 피해자 입 막아"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27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 개별 보고서' 폐기 선언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단체가 퍼포먼스로 보고서를 쓰레기통에 버린 모습. 2024.3.27/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 결과보고서를 놓고 일부 위원들과 시민사회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조사위는 5·18 당시 계엄군에 의한 성폭력 사건 19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 그중 3건을 '불능', 16건을 '규명' 결정했다고 밝혔다.

규명 결정한 16건의 경우 합의로 결정된 사건은 3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13건은 표결로 결정된 사건이다.

이에 9명의 위원 중 3명의 위원(이종협·이동욱·차기환)은 '그만큼 인정 근거가 미약하고 논란이 많았다'고 해석하면서 별도로 자료를 배포해 '진상규명'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가 피해자 중심적 접근원칙 등 이론을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피해자 본인 진술이 있거나 △피해자가 피해장소에 없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으며 △계엄군이 피해장소를 포함한 지역에서 작전 중이었고 △유사사례가 있었다는 정도만 확인되면 계엄군을 가해자로 몰아 '진상규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경우 피해자 본인의 진술도 모순되고 신빙성이 의심돼 진상규명 결정에 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계엄군에게 피해 현장에 있었으니 스스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책임을 부여한 것에 대해서도 형사사법 절차상 범죄의 입증 책임과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3인 위원은 "계엄군을 성폭력 가해자로 단정하는 것은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특별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부 개별 진술에 대해 검증 없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전체적 일반화해 계엄군을 잠재적 강간범으로 단정하는 관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추정만으로 5·18 당시 대한민국 국군을 악의 집단으로 인식시키고 있고, 성폭력 가해자로 단정해 기술함으로써 범죄자로 낙인찍고 있다"며 "이는 국군 명예와 사기, 국민통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고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2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2월26일 법적 조사활동을 종료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즉각적인 조사보고서 공개와 의렴수렴기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조사위가 반대 의견만을 따로 떼어 보도자료를 낸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위원회는 업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의견만이 따로 보도자료로 내보내져야 할 필요가 없다. 이는 오히려 위원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또 "5·18 진상규명과정은 형사사법절차와 그 목적이 다르다. 형사사법절차는 '가해자를 찾아 특정하여 처벌'해 특정 가해자가 책임을 지도록 함에 있는 데 반해 진상규명은 민주화운동 시기에 국가권력에 의한 반민주적 반인권적 인권유린행위를 조사해 왜곡되거나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지워지지 않도록 듣고 기록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의 입증책임 잣대를 들이민다면, 지워졌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증명이라는 이름으로 그 목소리를 틀어막아 진상규명 본래의 목적을 몰각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조사위는 이제야 처음 말할 수 있게 된 당사자들의 증언을 '신빙성이 없다', '형사사법적으로 증명하라'며 그 입을 틀어막는 보도자료를 내보내 당사자들에게 2~3차 피해를 입힌 것이다"고 비난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