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없는' 선거캠프…후보 이름 없는 점퍼 입고 석방 호소

수감된 소나무당 송 대표 대신 선거운동 나선 아내와 아들
광주 서구갑 유권자들 만나 설득…"보석 간곡히 요청"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를 대신해 선거운동 중인 아내 남영신씨와 아들 주환씨가 손을 맞잡고 있다.2024.3.26./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옥중에서 출마를 결심한 남편의 보석이 이뤄질 때까지 후보 이름도 없는 점퍼를 입고 광주 서구갑 시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22대 총선 광주 서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61) 가족들은 '송영길 없는' 송영길 캠프를 이끌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옥중출마한 남편을 대신해 부인 남영신 씨(61)와 학업을 잠시 먼춘 아들 주환 씨(30), 그리고 딸 현주씨도 회사에 연차를 내고 선거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인천에서 5선 국회의원과 인천시장,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지낸 송 대표의 선거를 여러번 도왔던 가족들이지만, 이제는 영어의 몸이 된 가장을 대신해 익숙한 지역구 대신 새로운 지역에서 도전이다.

선거법상 후보자 본인만 자신의 이름과 당 이름을 쓸 수 있어 가족들은 '아내'와 '아들'이라고만 적힌 점퍼를 입고 유권자들을 만나 송 대표의 옥중출마 의지를 부단히 알리고 있다.

양동시장에서, 기아 광주공장에서, 상무지구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송 대표의 보석과 지지를 호소하는데 의외로 많은 시민들이 송 대표를 알고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26일 유세현장에서 만난 남씨는 "광주시민들의 정치의식이 대단히 높다는 것을 매일 체감한다. 남편을 대신해 공약을 설명하다가도 억울한 맘 안다면서 토닥여주는 어르신들에 매일 눈물을 흘리고 위로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젊은 청년들도 '송영길 파이팅, 윤석열 퇴진'을 먼저 외쳐준다. 남편이 투쟁에 앞장섰던 모습을 기억해줘 놀랐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갑에 출마한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아들 주환씨가 후보 이름 대신 '아들'이라고만 적힌 점퍼를 입고 서구 양동시장에서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소나무당 제공)2024.3.25./뉴스1

송 대표가 서구갑에 출마한 배경은 광주시청과 시의회, 교육청, 김대중컨벤션센터 등 주요 시설이 밀집한 신흥 정치1번지라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폭넓은 해외 인맥을 보유한 송 대표가 중진급 의원 역할을 해내면 제2의 인천 송도 개발을 광주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가 옥중 출마를 발표하는 날 남씨는 남편의 출마 선언문을 통곡하며 대독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다져지고, 2022년 대선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지원 유세 중 피습사건도 당했지만 지금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남씨는 "억울하게 수감된 아버지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저도 울지 않는 날이 없다. 아들도 괴로운 나날 속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수감 중인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아들 주환씨와 아내 남영신씨가 26일 광주시의회에서 송 대표의 보석을 호소하고 있다. 2024.3.26/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아버지처럼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로스쿨에 재학하며 법조인의 길을 걷는 아들 주환씨의 어깨도 무겁긴 마찬가지다.

주환씨는 "이번에도 아버지는 어떤 탄압을 겪더라도 반드시 일어서 앞장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옥중출마에 싸늘한 시선을 보인 시민들을 향해서는 적극적으로 다가가 이야기하며 한명 한명 설득과 호소를 병행하고 있다.

송 대표 가족들은 구속수사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현재는 송 대표 싱크탱크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의 정치자금 문제로 수사를 받고 있다"면서 "돈봉투 혐의로 받은 영장으로 먹사연 정보가 압수된 것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입장이다.

남씨는 "어려울 때 뭉치는 것이 가족임을 느끼는 요즘이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앞으로 광주에서 지내며 시민들께 인사드릴 것이다. 남편이 시민들을 일찍 만날 수 있도록 재판부가 보석을 허용해 준다면 더없는 기쁨일 것이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