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했지만…착잡한 의대 졸업기념행사
전남대 의대 122명 졸업 예정…3월 인턴 수련 놓고 고심
선배들 축사는 엇갈려…"현장으로 돌아오라"vs "의협 비대위에 힘 실어달라"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의사 2000명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과대학 졸업대상자들도 무거운 분위기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치렀다.
23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학동캠퍼스 명학회관에서는 의학과 졸업대상자 122명이 참여한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이 열렸다. 이는 26일 전남대 학위수여식을 앞두고 열리는 의과대학의 졸업기념행사다.
6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의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날이지만 이날 행사는 환호성 대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전남대병원 본원과 분원 전공의 278명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데다 의대 후배들도 94.7%의 찬성률로 동맹휴학에 동참하는 일촉즉발의 나날들이 이어진 졸업식이다.
졸업대상자들은 통상 3월부터 전남대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시작하지만 병원 현장이 파행을 겪고 있어 인턴 수련에 대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아들이 다음달부터 인턴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수련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면서 "6년 공부를 마치고 의사로서 첫 시작이 중요한데 하루 빨리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선배들과 후배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황에서 의료대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했다.
의료계 선배들의 입장도 선서식 축사를 통해서 갈렸다.
정신 전남대병원장은 축사를 통해 "몸과 마음이 추운 시절이다.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상황이 무척이나 무거울 것 같다"면서 "현재 병원은 비상진료체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로 환자 곁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의 기본 덕목은 소통 능력이다. 환자와 보호자, 동료들과 소통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의사로서 사명감을 가져라. 이효리가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했지만, 의사는 '독고다이'가 아니다. 헌신적으로 환자와 함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회장직무대행은 "현직 선배들은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정부의 압박에 사직이라는 형태로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면서 "의협 비대위가 정부 의대 정원 정책에 강력히 맞서 싸우도록 앞으로도 힘을 실어주시기를 바란다. 의협이 여러분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정영도 전남대 의대 학장은 "기쁜 날인데 무거운 마음으로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을 하게 돼 죄송하다"면서 "선배들이 의료현안에 제대로 대처 못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새 출발하는 후배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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