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가 '원룸 공실' 비상…'반값 월세' 내걸며 보증금·월세 내려
코로나19 전 월 30만원 웃돌던 원룸 19만원에 내놓기도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대학 상권이 학령인구 감소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았다.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지방대 인근 원룸촌은 '공실 비상'을 겪고 있다.
지난 16일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 원룸촌. 새학기 개강을 2주 앞두고 있지만 대학가는 여전히 한산하고 텅빈 모습이었다.
새로 살 집을 찾기 위해 발품을 발거나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이삿짐을 나르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교문 앞 부동산 사무실 앞에는 '긴급 월세'부터 '반값 월세' 등 저렴한 가격의 집들이 주인을 찾고있다.
휴대폰으로 찾아 본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속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날 기준 용봉동 일대 비어있는 원룸은 350여개.
그 중 꽤 비싼 축에 속하는 월 40만원대 방은 세입자를 찾기 위해 최근 엘리베이터와 비데를 설치하고 리모델링을 마쳤는데도 새 가족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대 상대 근처에서 약 20년째 원룸 임대업을 하고있는 베테랑 집주인 김경만씨(67)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최근 월세를 내렸다.
2019년 보증금 300만원에 월 30만원, 관리비 9만원이던 김씨네 원룸은 올해 보증금 300만원에 월 19만원, 관리비 5만원으로 방값을 대폭 싸게 내놨음에도 아직까지 학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빈 방이 없어 예비 순위를 달아놓는가 하면, 방 구하기가 힘든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방을 물려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몇년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전환되면서 그 고비를 버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금 역시도 학생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다.
김씨는 원룸 공실의 원인을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남대의 경우 지역거점국립대학교로서 아직까지는 매년 신입생이 모이고 있지만, 과거보다 지방대를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고 아이들이 줄면서 점차 충원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국가가 지원하는 주택 보급사업인 행복주택 등이 늘어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넓은 집에 들어갈 방법이 많아졌을 뿐더러 기존 4~5명이서 쓰던 기숙사를 2~3인실로 다수 개편하면서 기숙사에 대한 선호도가 올랐다는 점도 원룸의 '공실 비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김경만씨는 "과거에는 방 계약도 무조건 1년으로 정했지만 요즘은 대부분이 3개월, 6개월을 요구한다. 기숙사 추첨에 탈락한 학생들이 예비를 기다릴 때나 찾지 안 그러고서 처음부터 원룸에 오려는 아이들은 없다"며 "방값을 2~3만원 깎아주거나 도배를 새로 해주면서까지 세입자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종로학원이 지난달 1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30개 4년제 지방대학의 2023학년도 수시 미등록 인원은 지난해보다 652명 늘어난 3만3270명이다. 반면 서울권 42개 대학의 수시 미등록자는 지난해보다 404명 줄어든 1396명이다.
수시모집 전체 정원 대비 미등록자 비율이 서울권 대학은 3.0%에 불과했지만 지방대는 18.6%에 달했다. 지방대 수시 합격자 5명 중 1명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전년도 수시 미등록자 비율은 서울권 3.8%, 지방대 18.6%로 14.8%p 차이가 났지만 15.6%p로 격차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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