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봄'이 되살린 고 정선엽 병장…47년만에 조선대 졸업
정 병장에 명예졸업증서 전달
유족들 "너무 늦었지만 다행…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영화 '서울의봄'에서 전두광(전두환) 군사반란군에 맞서 육군 본부 벙커를 지키다 전사한 것으로 나오는 실존인물 고 정선엽 병장(향년 23세)이 47년만에 모교 졸업장을 받았다.
조선대학교는 16일 오전 서석홀에서 고 정선엽 동문 명예졸업식을 열고 정 병장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 병장의 유가족들인 동생 규상씨(65)와 누나 영임씨(75)씨와 내외 인사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김이수 조선대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정선엽 동문이 조선대 입학 47년만에 명예로운 졸업을 하게 됐다"면서 "정 동문이 보여준 의지와 용기를 잊지 않고 그의 정신을 계승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성 총장도 "정 동문에 명예졸업장을 드리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던 용기를 우리도 잊지 않고 헌신과 용기를 영원히 마음에 간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도 기념사 대독을 통해 "대한민국 정의를 수호했던 고 정선엽 병장의 명예졸업증서 수여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감사드린다"면서 "의로운 죽음을 국가가 은폐했다는 사법부 판단은 늦었지만 옳았다. 민주당은 정 병장의 죽음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그 가치를 빛나게 하겠다"고 전했다.
영화 '서울의봄'의 김성수 감독도 영상메시지를 통해 "서울의봄을 조선대에서 촬영했는데, 정 병장의 모교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의 희생정신을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 명예졸업장이 큰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병장의 순직 기록을 재조사해 전사로 바로잡은 송기춘 전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은 "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은 실로 우리를 통분하게 했다"면서 "공수부대가 진입하자 총기를 내어준 이들이 많았으나 정 선생은 이들에 대항하다 소총과 권총 사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람이 불기도 전에 이미 총을 다 내어준 그 허망한 밤, 정 병장 하나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면서 "제대로 대항하지도 않고 총을 내어준 많은 군인들을 부끄럽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선대는 정 병장에 명예졸업증서를 전달했고, 총동문회는 '의로운 동문패'를 제작해 전달했다.
정선엽 병장은 1956년 전남 영암 금정면에서 태어나 광주 동신고를 거쳐 조선대학교 전자공학과 77학번으로 입학했다.
1학기를 마치고 육군 헌병으로 복무를 시작한 정 병장은 제대 3개월을 앞둔 1979년 12월12일 육군 본부 벙커 경계 근무를 하다 공수부대의 공격을 받았다.
공수부대에 저항하던 정 병장을 향해 군사반란군은 가슴에 3발, 목과 머리를 관통하는 1발의 총격을 가해 그를 살해했다.
그의 죽음은 그동안 '오인 사격으로 인한 사망'으로 순직 처리됐으나 2022년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재조사를 거쳐 전사로 바로잡았다.
지난해 12월 영화 '서울의봄'에서 그의 행적이 알려지면서 모교인 조선대도 명예졸업식을 갖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명예졸업식에서 형의 졸업장을 대신 받은 동생 규상씨는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졸업장을 받고 형의 명예가 회복되어 다행이다"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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