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비트코인 4000개 번 30대 딸, 항소심서 대폭 감형…왜?

비트코인 1800여개 국내 반입·세탁…1400여개 사라져
1심 징역 5년·추징 608억→2심 징역 2.6년·추징 1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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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해외에서 아버지와 '비트코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천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국내에서 현금화하려 한 30대 딸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 받았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13일 도박공간개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36·여)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A씨에게 추징 명령된 범죄수익금 608억305만원에 대해서도 모두 파기, 비트코인 320개(200억원 규모)를 몰수하고 15억원 상당에 대해서만 추징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태국에서 한국 이용자 등으로부터 원화 3932억9716만원 상당인 비트코인 2만4613개를 입금받아 '온라인 비트코인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아버지 B씨로부터 자금세탁을 지시 받아 이 사이트에서 벌어들인 50억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국내에서 은닉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태국에서 불법 사설 주식거래 사이트와 인터넷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오던 아버지 B씨로부터 사이트를 넘겨받아 실질적인 운영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좁혀오는 경찰 수사망에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새로운 불법 도박 사이트를 만들었고, 도박공간개설죄 등으로 징역 13년형을 선고 받아 교도소에 갇히게 되자 딸에게 사이트를 넘겼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입금하면 일정량의 포인트를 주고,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하락 베팅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또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를 관리하기 위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자 범죄자금 흐름을 숨기고 양도세를 내지 않기 위해 자금세탁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A씨 부녀와 일당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은 비트코인 4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광주경찰청은 국내에서 거액의 수상한 자금을 현금으로 환전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수사에 착수해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불법 수익금인 1800여개의 비트코인을 국내에 들여와 은닉했다. 경찰은 그중 320개 압수에 성공했지만 누군가 A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1476개(현 시세 기준 가치 1000억원 육박)를 빼돌렸다.

1심 재판부는 A씨로부터 압수한 비트코인과 다른 범죄자들에게 귀속된 범죄수익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608억원 상당을 추징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대해선 추징하지 않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비트코인이 중간에 사라지는 과정에 피고인이 개입했다고 봐 이를 추징했지만 피고인이 비트코인 이전 등에 개입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어 추징하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방어권을 주장하는 점 등을 감안해 보석 결정도 취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검경브로커 성모씨(63)는 A씨의 언니에게 환전책을 소개하는 등 사라진 비트코인 자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범죄수익 여부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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