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논리로 몽니 안돼"…'달빛철도 특별법' 제정 요구 왜?

내달 1일 21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법 제정 시한
인구·지방소멸 극복·국토균형발전 시금석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노선도.(광주시 제공)2024.1.23/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시한이 임박하면서 법 제정을 촉구하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달빛철도 특별법' 제정 시한을 2월1일 열리는 제412회 임시회 본회의로 보고 있다. 이번 본회의를 넘기면 총선정국으로 접어들어 제21대 국회가 사실상 종료되는 만큼 광주시는 법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달빛철도 특별법'은 지난해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를 남겨두고 있다.

◇ 광주 대구 잇는 동서횡단철도

'달빛철도'는 광주와 대구를 잇는 동서횡단철도다. 대구의 옛 명칭 달구벌의 '달'자와 빛고을 광주의 '빛'자를 따와 '달빛철도'라고 이름 지었다.

달빛철도는 총연장 198.8㎞로 광주송정역을 출발해 광주역~전남(담양)~전북(순창‧남원‧장수)~경남(함양·거창·합천)~경북(고령)~서대구역까지 오간다. 철도는 6개 시도와 10개 시군구를 지나며 연관된 영호남 지역민만 1700만명에 달한다.

광주와 대구는 각각 142만명, 238만명의 대도시로 아직 두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가 없다. 광주에서 대구까지 이동시간은 승용차로 2시30분, 버스로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달빛철도가 개통되면 광주-대구를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대로 줄어 반나절 생활권이 가능해진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적·물적 교류가 촉진되고 영호남 화합과 상생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이것이 헌정사상 가장 많은 261명의 국회의원이 '달빛철도 특별법' 발의에 서명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 기재부·일부 정치인 반대 이유

달빛철도 특별법은 기획재정부와 일부 정치인이 반대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 상 예비타당성조사 특례(면제) 신설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특별법이 기존 예타제도를 무력화하고, 타 철도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우려가 커 막대한 재정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과 중앙언론도 동조하고 있다. 이들은 달빛철도 특별법이 총선을 앞두고 나온 포퓰리즘이라고 폄훼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달빛철도는 영호남 지역민들의 30년 숙원으로 1999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 반영된 후 수많은 연구와 토론, 여론수렴의 결과물"이라며 "2017년 제19대 대통령선거 영호남 상생협력 공약으로 채택됐고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 광주·대구시 "경제논리 만능 아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국가사업을 경제논리로만 따지는 것은 근시안적 시각이라며 반박한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사업을 추진해보니 수익성이 좋은 사례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강릉선 KTX'와 '호남고속철도'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통상 B/C(비용 대비 편익)분석 결과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건설한 강릉선 KTX는 건설 당시 B/C가 0.11 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개통 이후 연간 500만명이 이용하는 인기노선이 됐다.

호남고속철도 역시 B/C가 0.39에 불과했으나, 균형발전 차원에서 예타면제로 건설됐다. 그 결과 당초 예상보다 이용객이 크게 늘면서 추가로 광주송정역 증축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호남에서는 국토부의 수요예측이 빗나가 광주송정역이 축소 건립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경제논리가 만능이 아니다. 무엇보다 동서화합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교통망이 '달빛철도'다"며 "예타만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면 미래수요를 반영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와 대구시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속철도' 대신 건설비용이 덜 드는 '일반철도'로 건설하자고 수정제안했다. 기재부의 입장을 고려한 방안이지만 기재부는 여전히 경제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극단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대형 사회기반시설(SOC)을 확충하지 않겠다는 억지인 셈"이라며 "이는 지방소멸을 부추기고 수도권 일극체제를 빚어 국가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달빛철도'는 인구·지방소멸 위기 극복 대안

'달빛철도'는 국가 존망의 문제로 대두되는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수도권 과밀화와 일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평가된다.

광주시는 달빛철도 건설사업이 약 7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 2조3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3만8000여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영호남 상생발전, 남부경제권 형성, 지방소멸 위기극복, 국가경쟁력 향상 등 국가적 편익증대 효과도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소멸위험지역은 118곳(51.8%)에 이른다. 이 중 51곳이 심각한 고위험지역으로 여기에는 순창, 장수, 함양, 합천, 고령 등 5곳이 달빛철도 경유지이다.

광주시는 달빛철도로 지역거점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영호남 산업벨트 기반을 마련하는 등 신남부 광역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 창출로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달빛철도 정차역 주변은 지역발전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된다. 대도시 접근성 향상으로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돼 떠나는 곳에서 돌아오는 곳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는 게 광주시의 설명이다.

달빛철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정부가 극구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방시대는 말로만 외쳐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망국적인 수도권 일극체제를 만들어 낸 논리가 달빛철도에 그대로 대입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지방소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