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도전 계장, 13살 어린 주무관의 티키타카…100만뷰 일궜다

광주 동구 '책정원' 홍보영상, 전국에서 화제
"지역특색 살리고 스토리 있는 콘텐츠 제작"

광주 동구 공식 SNS에 게시된 '오늘 점심?! 양식!!!'의 모습. (SNS 갈무리)/뉴스1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띠동갑이 넘는 저희의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은데. 충주맨도 봤겠죠?"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한 광주 동구의 '구립도서관 책정원' 홍보영상에 출연한 장주영 미디어소통계장(44)은 지난 19일 "100만이라는 숫자가 믿기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 홍보 영상은 지난해 말 개관한 구립도서관 1호 '책정원'을 주민에게 보다 친숙하게 소개하고자 '마음의 양식'을 언어유희로 풀어낸 40초 남짓의 짧은 영상이다.

딱딱한 느낌을 주는 공직자가 얼굴을 노출하고 몸개그를 하며 MZ세대를 겨냥한 콘텐츠로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문도시'를 강조하는 구정 특성상 구립도서관 홍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장주영 계장과 정태민 주무관(31)은 기존의 틀 대신 주민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친근하게 다가가며 '책정원'을 알리고 싶었다.

우연한 대화 속 정태민 주무관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여기에 장주영 계장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촬영과 편집을 속전속결로 마쳤다.

사실 이들은 띠동갑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홍보실 내에서도 이른바 '티키타카'가 잘 통하기로 유명한 사이다.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 속에서 격의 없이 지내면서다.

영상에도 자연스레 이들의 호흡이 담겼고, 업로드 닷새 만에 100만뷰를 돌파했다.

책정원 홍보 영상 이전에 올라온 이른바 공중부양 춤 '슬릭백' 챌린지에서도 둘의 케미를 엿볼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장 계장과 정 주무관이 함께 진행한 콘텐츠만 5~6편에 이른다.

홍보 효과도 소위 '대박'이었다. 2300여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구립도서관에 대해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했고, 영상을 게시한 SNS의 구독자 수가 1000여명 이상 증가했다.

아이디어를 낸 정태민 주무관은 "계장님이 평소 표정연기를 잘 하는 걸 알고 있어 웃음 포인트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마침 계장님이 의도를 잘 이해해주셨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감난 연기를 보여준 장 계장의 끼는 예견돼 있었다. 법대생인 그는 과거 서울예대 진학을 고민했다. 또 개그맨 공개채용 시험에도 도전하려 했지만 현실에 부딪혀 행동으로 옮기진 못 했다.

공직자로서 끼를 누르고 살던 그는 구청에서 진행한 한 연극에 출연하게 되면서 20여년 만에 다시 끼를 발산하게 됐다.

당시 술에 취한 민원인 할아버지 역을 맡았는데, 이를 본 한 지인이 "출연진 중 너가 어떤 역할을 맡은 것이냐. 너무 잘 스며들어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

이후 장 계장은 홍보실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홍보영상에 자주 출연했고, 홍보실 내 미디어소통계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며 이른바 '미소계장'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 동구 구립도서관 책정원 자체 홍보 영상을 만든 장주영 미디어소통계장(44)과 정태민 주무관(31)의 모습. (광주 동구 제공)/뉴스1

영상이 화제가 되자 이들의 일상에 변화도 생겼다.

영상을 본 뒤 동료들과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끊겼던 이들에게 연락이 왔다'는 감사인사가 빗발쳤다. 동구청에서 일하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하던 이들이 '영상 속 계장을 아느냐'부터 시작해 안부인사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동구청장으로부터 격려 인사도 받았다. 100만 돌파 하루 전 청장실에서 만난 임택 구청장은 이들에게 "인기인이 되기 전 얼굴이라도 보자"며 농담과 함께 고생했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많은 관심에 충주시 유튜브를 운영하며 참신한 홍보 콘텐츠로 유명해진 '충주맨'에 견줄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대해 장 계장은 "100만이라는 숫자를 믿을 수 없다. 충주맨도 봤겠죠?"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제2'라는 타이틀 보다는 '동구만의 특색'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는 "충주맨과 함께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면서도 "우리 '동구'만의 특색이 있고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치에 국한하지 않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 고민하고 즐기며 일한다는 생각으로 알기 쉽게 구정을 홍보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 공무원들의 노력을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 또 홍보를 위해 힘쓰고 계시는 분들을 응원한다"면서 웃음지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