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가담한 현금 수거책들 유무죄 갈려…이유는?
A씨, 채권추심인 줄 알고 구직…피해자에 자신의 실명 사용
B씨, 일반적 채용절차 안 거쳐…텔레그램으로만 조직원 접촉
- 최성국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은행 직원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빠져들어 '현금 수거책' 노릇을 한 남성들에 대한 180도 다른 법원 판단이 나왔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김성흠)는 사기,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0)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뒤 전북 전주에서 피해자로부터 받은 현금 700만원 중 655만원을 범죄단체에 무통장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A씨는 저금리 대환대출 수법에 속은 피해자에게 은행원인 척 행세하며 돈을 건네 받았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부실채권을 추심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정식 채용 절차 없이 채용됐고, 현금을 받으며 다른 사람들의 명의로 나눠 송금하는 등 업무 수행 방식도 이례적"이라면서도 "하지만 A씨는 생활정보신문에 실린 구인광고를 보고 조직원에게 연락해 업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채용을 위해 자신의 이력서와 가족관계증명서, 신분증 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범죄조직은 A씨에게 코로나19로 우선 비대면 면접을 진행, 나중에 대면 면접을 진행하겠다고 속였다.
A씨가 피해자에게 댄 이름이 본인의 실명인 점, 범행 다음날 친동생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말을 듣고 자수한 점, 경찰에 관련 내용을 모두 제출한 점, 범행 지시를 경찰에 알려 추가 피해를 방지한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광주지법 제3형사부는 같은날 A씨와 동일한 범행을 저지른 B씨(41)에게는 1심에서 받은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2022년 2월 전주에서 은행직원을 사칭해 4700만원을 받은 뒤 전남 목포에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송금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채용절차가 이례적이지만, 이력서와 신분증 사진을 제출했고, 아직 사원번호가 나오지 않았으니 기존 근무 직원의 이름을 사용하라는 조직의 지시를 따랐다"며 "이후 피고인은 지인에게 이 회사를 소개했고, 보이스피싱 조직임을 알게되자 퇴사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지인과의 대화를 살펴보면 채권 추심 업체라고 생각하는 등 자신이 한 행위의 불법성을 인식했다는 내용이 없다. 이후 조직원과 주고받은 메세지를 지우지 않고 저장해 놓기도 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반적인 채용절차를 거친 바가 없고, 업무를 지시한 상대방의 인적사항 등에 관해서도 전혀 알아보지 않았다. 텔레그램 등의 수단으로만 조직원과 연락을 주고 받았고 정상적인 채용으로 볼 수 없는 사정들이 존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찰 수사를 받을 때까지 수사기관에 자수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신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로서 대처방안이나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등 자신만의 처벌만을 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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