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공동화 직격탄…'6명 졸업' 광주중앙초 풍성한 졸업식
교사가 직접 졸업앨범 제작, 전교생 행사로
한때는 전교생 5000명 규모…인근 재개발에 기대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광주 동구 금남로와 인접한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광주중앙초등학교가 올해 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개교 117년의 역사를 간직하며 한때 전교생 5000명을 자랑했지만 도심공동화로 올해 전교생은 34명에 불과했다.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소규모 학교로 전락했지만 올해 79회 졸업식(5일 진행)은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어느해보다 풍성하게 치러졌다.
올해 광주중앙초 졸업생은 6명(남학생 2, 여학생 4)으로 이 중 5명은 1학년 때부터 6년간 같은 반으로 생활해 왔다.
배창호 교장이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졸업장을 수여했고, 6명의 졸업생 모두는 작가, 제빵사, 배우 등의 장래 희망이 담긴 스크린을 뒤로하고 6년 간의 소회가 담긴 졸업 소감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졸업생 6명 전원이 졸업식을 앞두고 기타를 연습해 준비한 졸업 무대를 선보였다. 악동뮤지션의 '후라이의 꿈'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OST인 '시작'을 학부모들 앞에서 연주하며 새로운 시작을 자축했다.
이어 깜짝 이벤트로 1학년 담임이자 독립영화를 촬영하는 박한솔 교사가 졸업생들을 인터뷰해 제작한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을 통해 졸업생 6명이 6학년 담임인 김나래 교사를 향한 감사의 뜻과 그리움을 담은 작별인사를 건네면서 좌중은 눈물바다가 됐다.
전교생 수가 34명 밖에 되지 않는 광주중앙초는 학생 수가 적은 탓에 이처럼 졸업식도 교사와 학생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손수 마련한 소중한 자리로 치러졌다.
졸업생 수가 6명뿐인 탓에 앨범 제작 업체와 단체계약을 맺을 수 없어 담임인 김나래 교사가 직접 학생들 사진을 찍고 편집을 거친 뒤 온라인상에서 앨범으로 엮어줄 업체를 찾아 만들었다.
졸업식 무대를 풍선으로 장식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뜻에 따라 학생들과 교사가 졸업식을 앞두고 풍선 300개를 직접 입으로 불었다.
졸업식 무대를 장식할 기타 연주를 위해서는 교장 이하 교사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모아 기타와 음향장비도 마련하는 등 6명의 졸업식을 위해 온 학교가 힘을 모았다.
6명의 학생들은 졸업반인 지난 한 해 동안 한데 뭉쳐 부단하게 추억을 쌓았다.
5·18 당시 헬기 사격 탄흔이 남은 전일빌딩 245를 견학하는 등 광주 지하철 1호선 노선을 따라 5·18민주화운동 사적지들을 탐방했다.
2학기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발상지인 전남여고와 광주제일고를 참배하는가 하면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 서대문역사박물관 등 항일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견학했다.
10월 학예회에서도 6명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저마다 악기를 연주해 전교생들 앞에서 공연을 펼쳤다.
교사 1명이 학생 6명을 1대1로 개별지도 하다보니 기초학력 부진학생도 없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환경을 이해하는 교육활동을 이뤄지고 있다.
이들 졸업생들은 남학생의 경우 조선대학교 부속중학교로, 여학생은 조선대학고 부속여중학교로 진학하게 된다.
김나래 교사는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난해 다양한 외부활동을 진행해왔다"면서 "작은 학교에서 자라난 작은 아이들이 꿈을 크게 갖고 큰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구도심에 위치한 광주중앙초는 1907년 광주에 거주하는 일본인 자녀들을 위한 광주심상고등소학교로 개교했으나,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광주중앙공립국민학교 1회로 역사를 재시작했다.
1970년~1980년대에는 전체 학급수가 90개 이상, 전교생이 5000명에 달할 때도 있었으나 충장동과 중앙동, 대인동이 주거지역이 아닌 상업지구화 되면서 거주 인구가 줄면서 현재는 전교생이 34명이다. 교직원은 28명이며 올해 입학생은 3명이다.
올해 하반기 중앙초 인근에 40평대 주거형 펜트하우스가 준공, 99세대가 입주하면서 학생 수가 늘어날지 학교측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광주에서 중앙초보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농촌 소규모 학교인 임곡초등학교로 전교생이 31명이고 올해 5명이 졸업, 4명이 입학한다. 농촌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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