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뭐 묻었네" 만지고 쓰다듬고…금융기관 이사장 피소(종합)

이사장 갑질 호소했던 남자직원 2명도 뇌출혈 등 투병 중
국민신문고 등 진정서 제출했으나 1년째 분리조치 안해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금융기관 임원이 여직원을 대상으로 상습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남직원 일부도 갑질로 인해 투병 중임이 확인됐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한 금융기관 이사장 A씨(67)가 여직원 4명을 강제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이사장 A씨는 2019년 5월 보궐로 취임한 인물이다.

고소장에는 그가 여직원이 옷을 갈아입는 용도로 사용하는 밀폐된 공간에 들어와 이물질이 묻었다는 핑계로 엉덩이를 만졌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여직원의 외투 지퍼를 올려준다면서 손으로 가슴과 배 부위의 상체를 만지려다가 미수에 그쳤다고도 적혀있다. 이밖에도 여직원들의 마사지를 해준다며 어깨를 주무르거나 오일을 발라준다는 핑계로 손을 더듬고 만지기도 했다고 적시됐다.

고소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시 구절이라면서 여성과 남성의 성기를 빗대는 표현을 담아 'XX는 만지고 XX는 조지라'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5~6급 여성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상사에게 성상납을 빈번히 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승진을 앞둔 여직원에게 은근슬쩍 상납을 강요했다는 고발도 있었다.

이 가운데 A씨가 일부 남성 직원들을 상대로 심한 갑질 행위를 일삼아 병가 퇴직에 이르게 됐다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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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에 따르면 남직원 B씨(52)가 2020년 2월23일 갑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졌다.

B씨는 A이사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있던 직원으로 평소 A씨로부터 "목욕 좀 해라" "너 아니어도 쓸 사람 많다" "능력이 없으면 그만 둬라" 등 인신공격을 받아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인물이다.

다행히 지나가던 시민이 쓰러진 B씨를 발견해 병원에 호송됐으나 치료 후에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후유증을 앓고 2년6개월 병가휴직을 사용하다가 결국 퇴사해야만 했다.

B씨는 최근 직원들이 단체 고소를 진행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내 괴롭힘으로 그때 신고할 걸 그랬다. 갑질로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대출 부서에서 근무하면서 A이사장으로부터 잦은 폭언에 시달렸던 남직원 C씨 역시도 현재 혈액암 투병 중이다.

피해자들은 C씨가 A이사장의 지인들 중 법과 규정에 따라 대출이 불가능한 경우를 통보하면 "니가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 "멍청하다"고 비난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가 "내가 가져온 대출 건은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실행하라"고 강요해 규정에 맞지 않는 대출을 실행시켰고, 이에 따라 대출 일부가 공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A씨의 이같은 행태에 분노한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국민신문고와 행정안전부,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행안부로부터 이 사건을 이첩받은 해당 금융기관 중앙회는 즉시 본부감사를 시작해 올해 초 A씨에게 해임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A씨는 직무정지 상태로 이 금융기관 사무실에 출근해 여직원들과 마주하는 등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고소장을 낸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피해자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편 <뉴스1>은 A씨 입장을 듣기위해 여러차례 해당 금융기관 측으로 전화 연결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