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희생자 1구만 고국으로…"남은 1116구도 봉환해야"(종합)

타라와섬 강제동원 희생자 故 최병연씨 80년 만에 유해봉환
가해국 日측 참석없어…시민모임 "사죄와 유골 봉환 촉구"

4일 전남 영광예술의전당에서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식이 열리고 있다. 2023.12.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일제강점기 남태평양 타라와 섬에 해군 군속으로 강제 동원돼 숨진 故(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80년만에 고국 땅에 돌아왔다.

하지만 나머지 1116구는 여전히 봉환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4일 전남 영광문화예술의전당 1층 대공연장에서 '최병연씨 유해봉환 추도식'을 개최했다. 추도식에는 고인의 유족인 차남 최금수씨를 비롯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 강종만 영광군수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식은 △유해봉헌과 내빈소개 △식전공연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헌화 △폐회와 유해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강제동원 희생자분들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며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병연씨는 고국으로 돌아오셨지만 태평양전쟁 전후 일본·사할린·남태평양 등 해외에서 아직까지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계신 희생자분들의 영면도 함께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병연씨는 1942년 11월25일 태평양 타라와로 강제동원됐다. 이후 약 1년 뒤 사망했는데 타라와전투(1943년 11월20~23일)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미국 DPAA(국방부 전쟁포로 실종자 확인국)는 태평양 격전지인 타라와에서 유해 발굴을 시작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기적적으로 최씨의 신원이 확인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국내 행안부·미 DPAA간 업무협의로 인해 80년 만에 최씨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인천공항을 통해 전날 국내로 봉환된 유해는 추도식 후 전남 영광군 홍농읍에 위치한 선산에 안치될 예정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전남 영광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민 장관 왼편에 앉은 유가족 최금수씨(81).2023.12.4/뉴스 ⓒ News1 이수민 기자

첫돌도 전에 아버지와 헤어진 차남 최금수씨(81)도 이날 유해봉환식에 참석해 수십년 만에 가족 곁으로 돌아온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실체도 없이 참 그리움만 있어서 젊은 날에는 원망도 많이 했었다"며 "그럼에도 내 손으로 이렇게 매장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참 감회가 깊고 정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고생만 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와 하늘에서 만나 어머니를 보듬고 안고, 생전에 못했던 사랑 앞으로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며 "한쌍의 원앙이 되어서 천지를 훨훨 나르면서 금슬좋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과 희망이다"고 말했다.

타라와 사망자 1117명 중 최병연씨를 제외한 1116구의 유해가 아직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최금수씨는 "그때 당시에 일제 징용을 같이 가신 분들의 가족들은 지금도 유해 봉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정"이라면서 "행정안전부와 국가에서 최선을 다해서 기쁜 소식을 주었으면 그 바람이다"고 했다.

추도행사에 앞서 시민단체는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사죄와 피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유골 봉환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인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식이 열린 4일 전남 영광예술의전당 앞에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2023.12.4/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고인은 24세이던 1942년 11월 아내, 두 아들을 남겨둔 채 타라와에 끌려가 1년 만에 미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사망했다"며 "타라와에는 당시 조선인 1200여명이 강제 동원돼 섬을 요새화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중 한국인 사망자는 문서상 1117명으로 그 중 유해가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2016년 '전몰자 유골수집 추진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골을 발굴하면 DNA 대조를 거쳐 유족에게 인도하면서도 한국인 피해자는 원초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고향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전몰자를 일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해, 죽어서까지 일본국을 위해 충성하도록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열린 봉환식에 일본 정부가 추도사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날선 일침을 했다.

시민단체는 "가해자 일본은 추모사는커녕 추도식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고 있다"며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도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당장 사죄하고 피해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단 한 명도 남김 없이 조속히 가족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