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만에 고향 묻힌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남은 1116구 돌려달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일본 정부의 사죄·유골 봉환 촉구
- 이수민 기자
(영광=뉴스1) 이수민 기자 = 일제강점기에 남태평양 타라와 섬에 해군 군속으로 강제 동원돼 숨진 고 최병연씨의 유해가 국내 봉환된 가운데 1116구는 여전히 봉환되지 못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사죄와 피해자들에 대한 조속한 유골 봉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는 4일 전남 영광문화예술의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최병연씨)은 24세이던 1942년 11월 아내, 두 아들을 남겨둔 채 타라와에 끌려가 1년 만에 미군과의 전투 과정에서 사망했다"며 "한국에서 6000㎞ 거리의 타라와에는 당시 조선인 1200여명이 강제 동원돼 섬을 요새화하는 작업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이 중 한국인 사망자는 문서상 1117명으로 그 중 유해가 돌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2016년 '전몰자 유골수집 추진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골을 발굴하면 DNA 대조를 거쳐 유족에게 인도하면서도 한국인 피해자는 원초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고향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전몰자를 일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해, 죽어서까지 일본국을 위해 충성하도록 만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강제 동원된 것도 서러운데 죽어서조차 일본국 신민이 되라는 것이냐"며 "전범국인 일본이 사자에 대한 명예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열린 대한민국 정부 주관 봉환식에 일본 정부가 추도사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날선 일침을 했다.
시민단체는 "가해자 일본은 추모사는커녕 추도식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고 있다"며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인도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당장 사죄하고 피해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단 한 명도 남김 없이 조속히 가족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는 강제동원피해자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는 우리 정부도 비판했다.
단체는 "정부는 '한국이 먼저 물컵의 반을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물컵의 반은 도대체 언제 채운다는 것이냐"면서 "타라와 사망자 1117명 중 1116구의 유해는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저 눈감고 화해의 손부터 잡으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강제동원과 인권유린을 자행한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에 대해 즉각 사죄해야 한다"며 "퍼줄 것은 다 퍼주고 얻지는 못한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를 규탄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star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