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내 차로 착각" 만취해 남의 차 훔쳐 탄 경찰관

문 잠기지 않은 차량 시동켜 800여m 운전…벌금 500만원
법원 "30년 성실 근무, 피해자 합의 고려"…경찰은 해임

광주지방법원./뉴스1 DB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술에 취해 남의 차를 훔쳐타고 가다 길가에 버린 전직 경찰관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김효진 부장판사는 19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50대 전직 경찰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21일 오후 10시30분쯤 광주 북구 용봉동 인근에서 술을 마신 뒤 도로에 주차돼 있던 SUV전기차를 훔쳐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훔친 차량을 847m 가량 운전한 뒤 길가에 주차했다.

A씨가 탑승한 차량은 문이 열려 있었고, 내부에는 차키가 있었다.

차량이 없어진 것을 확인한 차주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A씨의 범죄 행위가 들통났다.

차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음날 오전 A씨가 주차한 곳에서 차량을 회수할 수 있었다.

A씨는 "술에 취해 블랙아웃을 겪었고, 차량 운전 여부 등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차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 소유의 차량과 훔쳐 탄 차량의 차종이 전혀 다른 점 등을 들어 절도 고의성을 인정했다.

김효진 부장판사는 "현직 경찰의 신분에 술을 마시고 차량을 훔친 것은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이 30년 이상 경찰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했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했으나, 시간이 지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불가해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직후 A씨를 직위해제한 뒤 징계심의위원회를 거쳐 해임 처분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