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랭지 알배추 세개 만원, 밑지고 팝니다" 치솟는 밥상 물가
장마에 폭염으로 배추·상추·깻잎 2주 사이 2배 올라
줄어든 장바구니에 한숨 "다음달 추석때는 또 얼마나 오를지"
- 서충섭 기자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워메 배추를 안먹어버려야지 해도해도 너무 많이 올랐구만."
12일 오후 광주 대표 전통시장인 양동시장의 한 채소전을 지나던 한 손님이 강원도산 고랭지 알배추 3포기가 1만원에 판매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그냥 지나쳐갔다.
채소를 사러 온 다른 손님들도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에 놀라 지갑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광산구에서 온 차모씨(72·여)는 "평소 같으면 5만원으로 장바구니가 가득 찰 정도로 장을 보는데 오늘은 반밖에 안 찼다"며 "물가가 이렇게 오르기만 하면 서민들은 어떻게 사나. 당장 다음달이 추석인데 또 어떻게 장을 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알배추 3포기 1만원, 무 하나에 3000원~4000원, 깻잎과 상추는 1근(400g)에 1만원에 달하는 등 채소값이 금값이 되면서 서민들의 밥상 물가가 위협받고 있었다.
상인들도 답답한 심정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 상인은 "공판장에서 배추 12포기 1박스 가격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2만원이었는데 이제는 4만4000원이다"며 "3개를 만원에 파니 12개를 팔아봐야 4만원이다. 밑지고 파는 것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폭우로 비를 맞은 배추가 폭염에 노출돼 잎이 녹는 등 제대로 된 상품 공급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품귀현상으로 배추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깻잎도 마찬가지라 이문을 생각하지 않고 팔고 있다. 장사를 안할 순 없으니 지금은 밑지고서라도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인 김모씨(75·여)는 "채소 장사를 40년 했지만 이렇게 어마무시하게 오른 적은 처음이다"면서 "가격이 비싼만큼 잘 안팔려서 장사하는 데 손해가 많다. 밤마다 안팔리는 채소들을 버려야 하는 노점상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장마와 폭염의 후폭풍으로 채소값 급등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6호 태풍 '카눈'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면적은 1565.4㏊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8월 첫째주 기준 대파 한 단은 3500원, 무 1개는 4000원, 배추 1포기 9000원, 오이 10개 10000원, 시금치 1단 7000원, 부추 1단 5000원, 상추·깻잎 1근 10000원 등 채소류의 가격이 전달보다 50~100% 올랐다.
장마와 폭염으로 인한 채소값 급등의 여파는 향후 2주 가량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배추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비축 중인 봄배추 1만2500톤을 방출해 물가안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이상기후로 강원도 고랭지에서도 채소 무름병이 나타나고 있어 작황이 저해, 시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없다면 해마다 이상기후로 인한 채소대란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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