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도' 열흘째 폭염…광주·전남서 온열질환자 사망·가축 폐사(종합)

대부분 지역서 35도 ↑…열대야 일수 평년보다 1.5일 많아
영암서 50대 외국인 열사병으로 숨져…전력 과부하로 정전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3일 광주 서구 한 도로에서 폐지줍는 한 어르신이 손수레를 끌고 도로를 지나고 있다.2023.8.3/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광주와 전남에 열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나왔고 축산농가에서는 가축 폐사가 잇따랐다.

덥고 습한 성질을 띠는 아열대 고기압 영향권이 한반도에 머물면서 당분간 더위는 지속되면서 폭염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광주 광산 36.1도…올 여름 가장 더운 날씨

3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지역별 일 최고기온은 광주 광산 36.1도, 곡성 석곡·구례 35.7도, 무안 운남 35.6도, 광주 풍암·영암 학산 35.5도, 담양·광양읍 35.4도, 영광·장성 상무대 35.3도 등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35도 이상 찜통더위를 보였다.

광주 광산과 장성, 무안, 영광은 올 여름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다.

최고 체감온도는 담양 36.3도, 구례 36.1도, 광주 광산 36.0도, 화순북 35.8도, 광주 조선대·풍암 35.6도, 담양 봉산·곡성 35.5도 등을 기록했다.

광주와 전남은 지난달 25일부터 열흘째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광주·전남 폭염일수는 2.9일로 평년과 비슷하지만 열대야 일수는 6.7일로 평년보다 1.5일 많다.

기상청은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덥고 습한 성질을 띠는 아열대 고기압 영향권이 한반도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동중국해에 정체하고 있는 태풍에 의해 고온다습한 열기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자 속출…전남서 첫 사망자 발생

찜통더위에 온열질환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4분쯤 전남 영암군 미암면의 한 밭에서 일하던 A씨(23)가 호흡곤란과 기력저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A씨의 체온은 37.9도였다.

전날에는 광주 1명, 전남 7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광주에서는 야외에서 폐지를 줍는 일을 하는 B씨(67·여)가 전날 오후 1시20분쯤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른 오전 야외에서 폐지를 줍고 거주지인 광주 동구 소태동으로 귀가하던 B씨는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사망 당시 B씨의 체온은 41.5도로 확인됐다.

광주시는 B씨의 사인을 온열질환으로 추정했지만 유가족 측이 부검을 거부해 상급병원은 B씨의 사인을 미상으로 처리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의 공식적인 온열질환 사망자로는 집계되지 않았다.

전남에서도 열사병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온열질환자가 나왔다. 몽골 국적인 C씨(53)는 전날 오후 5시쯤 영암군의 한 도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은 C씨의 체온이 42도에 달한 점 등을 토대로 열사병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남 담양에서는 같은날 오전 9시53분쯤 50대 남성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열경련 증상을 보였고, 강진에서는 70대 여성이 고열증세를 보이는 등 7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왔다.

5월20일부터 8월2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광주 31명, 전남 80명 등 총 111명으로 늘었다.

3일 오전 전남 나주시 반남면의 예진농장에서 어린 오리들이 폭염이 힘겨운 듯 부리를 급수기에 대고 물을 먹고 있다. 2023.8.3/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폭염 취약 가축 사흘만에 1만2116마리 폐사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로 속출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축산농가 폭염피해는 35개 농가, 닭·오리·돼지 1만2116마리로 집계했다.

닭은 이날까지 11농가에서 1만1600마리가 폐사했다. 3개 농가에서는 262마리의 오리가, 21개 농가에서는 254마리의 돼지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가의 폭염 피해는 전날 10개 시·군에서 곡성군, 구례군, 강진군이 추가되면서 전남 13개 시·군으로 늘었다.

폭염 축산 피해는 전날에 비해 1460마리 늘었다. 총 피해액은 1억1300만원으로 잠정 추산됐다. 현재까지 농산물과 수산물 분야에서의 폭염·고수온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력 과부하에 400여 세대 정전

폭염에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출근시간 정전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15분쯤 광주 서구 치평동 일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400여 세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정전으로 인한 승강기 갇힘사고는 신고되지 않았다.

한전은 긴급복구공사를 진행해 오전 8시8분쯤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한전 측은 전기 사용량 증가에 따른 과부하로 전압기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