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에 '복숭아 탄저병' 확산…재해보험 대상서 제외

습한 환경서 급격히 확산 모든 농가서 피해
"평년 수확량의 20%에 불과"…농민들 한숨

화순읍 도웅리 마을이장 김송배씨(77)가 탄저병 피해를 입은 복숭아를 들어보이고 있다. ⓒ News1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긴 장마에 복숭아 탄저병 피해가 확산하고 있지만 재해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복숭아 탄저병은 과실의 성숙기와 수확기에 많이 발생하며 특별한 예방과 처방이 없어 농가에서는 가장 큰 재앙으로 여기고 있다.

탄저병은 습한 기후 조건일 때 급격히 확산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특히 올해같은 경우 장마가 한달여 동안 지속되면서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전국적인 복숭아 주산지인 화순군의 경우 거의 모든 농가에서 탄저병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화순군의 복숭아 재배규모는 352농가, 174㏊로 4월 저온피해에 이어 6∼7월 집중호우로 인해 탄저병 등이 대거 확산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집중호우와 습한 날씨 등으로 제때 약제 살포를 하지 못하면서 병이 확산하고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실이 썩어들어가는 탄저병에 걸린 복숭아는 상품성이 없어 폐기처분해야 한다.

1000평의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는 화순읍 도웅리 마을이장 김송배씨(77)는 "장마가 한달째 이어지면서 탄저병, 썩음병, 낙엽병 등 5가지 병이 한꺼번에 휩쓸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올해 수확량은 평년의 20%에 불과하다는 게 김 이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복숭아 탄저병은 농작물 재해보험의 보상 재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재해보험 가입조차 안되는 실정이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구복규 화순군수가 24일 화순읍 화림농원을 찾아 집중호우에 따른 복숭아 낙과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 News1

복숭아의 경우 균구멍병 1종만 재해보험에서 보상하는 재해 범위에 포함돼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폭우와 강풍, 우박으로 과일이 떨어지면 피해 정도에 따라 50%에서 80%까지 차등 보상한다.

그렇지만 낙과피해 조사 과정에서 탄저병에 걸린 복숭아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손해액 산정을 놓고 농민들과 손해평가사 사이에 다툼이 빈번하다.

그동안 전남도와 화순군 등이 나서 복숭아 탄저병 피해를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지원되도록 개선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해 왔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탄저병과 같은 병충해의 경우 자연재해로 분류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나주·화순)은 "폭우로 떨어진 낙과는 재해보험 대상이나 탄저병에 걸린 복숭아는 보상에서 제외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면 "조속한 제도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