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 둑에 생사 걸렸는데…방수포조차 안 덮어" 구례 수해민들 '불안'
연일 폭우·댐 방류에 3년 전 수해 공포 재현될까 '조마조마'
"피해보상·주거 문제 이견…하천 바닥 정비·제방 설치 시급"
- 김동수 기자
(구례=뉴스1) 김동수 기자 = "30m 둑이 '생사의 갈림길'인데, 연일 폭우에도 방수포조차 안 덮어놨다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14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회관 앞에서 만난 김창승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 상임대표(65)는 3년 전(2020년8월8일) 그날의 악몽이 재현될까 노심초사했다.
주민 150여명이 거주하는 양정마을은 2020년 8월7일과 8일 이틀간 400㎜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30m 높이의 서시천 제방이 무너져내렸고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겨 수천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장마철만 다가오면 매일같이 현장을 둘러본다는 김 대표는 최근 게릴라성 집중호우와 섬진강 댐 방류로 인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시 해일과 같은 물폭탄이 마을 전체를 덮치면서 집과 자동차, 비닐하우스 할 것 없이 쓸려나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며 "먹구름에 빗방울만 떨어져도 걱정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불안해했다.
그러면서 "7월 내내 비가 오고 밤만 되면 시간당 강수량이 60㎜ 수준이다"며 "당시에도 섬진강 댐 방류로 엄청난 물이 역류해 홍수 피해가 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례 양정마을 수해는 가장 큰 원인으로 서시교 하부 제방이 설계기준보다 낮아 물이 넘친 것으로 결론났지만 김 대표는 제2·제3의 수해 피해를 막기 위해선 '하상정비' 사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섬진강 바닥에는 매년 100만톤 이상의 퇴적물이 쌓인다"며 "나무 등 부유물이 쌓여 물의 저항을 막아 물이 한꺼번에 솟구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30m 둑 하나를 두고 생사 여부가 달렸는데 둑 정비에 하세월이 걸리고 있다"며 "현재 쏟아지는 비로 지반도 약한 상황에서 방수포조차 덮어놓은 구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마을 주민들도 제방 정비 시급성과 댐 방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전용주 양정마을 이장(58)은 "빗물펌프장, 배수로 설치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연일 비가 쏟아지는데 한시가 급한 건 제방 정비아니겠냐"며 "예술회관 등 공공시설이 침수돼 복구 완료한 것에 비해 제방 정비는 더디다"고 말했다.
또다른 마을 주민 박모씨는 "3년 전 섬진강 댐에서 흘러나온 물이 역류해 결국 마을을 덮쳤다"며 "군에서 마을주민들에게 안전문자도 보내주고, 방송도 해주지만 수해 트라우마가 쉽지 잊혀지진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3년 전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댐 주변 구례 일대 재산피해는 1807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민간 피해액 1136억원 중 수해 이재민은 피해액 48%를 보상받았다.
양정마을과 공설운동장 주변에는 수해 피해로 군 소유 임시주택 50여동이 설치됐다. 군은 지난해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감가상각(사용 기간 동안 감소한 가치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 또는 재평가를 통해 매각하거나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정마을에는 침수 방지를 위해 지면에서 1m 가량 턱을 올려 지인 주택이 즐비하다.
김 대표는 "그동안 피해 보상, 주거 문제, 수해 재발 방지 등 일부 이견도 있었다"며 "수차례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한편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구례군은 지구단위 종합복구사업계획을 수립해 총 18개소 사업장에 배수펌프장 7개소와 고지 배수로 1개소를 신설하고 지방하천 6개소 16.3㎞, 소하천 5개소 4.9㎞를 정비하고 있다. 오는 12월까지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kd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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