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수문관리 나섰다가 숨졌는데…'근로자 인정' 놓고 논란
노동청, 농어촌공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여부 검토
농어촌공사 근로자 미인정에 '도급 계약' 내역 쟁점
- 최성국 기자,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이승현 기자 = 시간당 71㎜의 폭우에 수문 관리에 나섰다가 숨진 60대 수문관리자에 대한 '근로자 인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문관리자를 근로자로 보지 않아 노동당국은 계약서 법리 검토를 통해 '근로자 여부'를 판단키로 했다.
법리 검토 결과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6월27일 전남 함평에서 수문관리자 A씨(67·여)가 남편과 함께 수문 관리에 나섰다가 실종돼 3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실종 당시 함평에는 시간당 71㎜의 폭우가 쏟아졌다. 그는 지난 4월 한국농어촌공사와 '도급계약'을 맺어 수문시설 점검·정비·조작과 급수·배수,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응 업무를 맡았다.
농어촌공사는 수문관리자에 대한 별도의 복무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수리시설관리원 운영지침'을 통해 수문관리자에 용수·배수 시 담당지역 내 수시순회 관리 업무를 맡도록 하고, '관리원이 의무위반 또는 임무 불이행으로 인해 사고·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해촉, 고소·고발조치하거나 손해배상청구 등을 할 수 있다'는 책임의 범위를 두고 있다.
때문에 농어촌공사는 수문관리자가 직접 고용 형태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수문관리자는 1인 사업자 또는 농업경영체로 등록된 농업인들로, 원환할 '양수' 관리를 위해 특정 기간만 위촉되는 직위"라며 "'배수' 관리 목적이 아니며 배수 관련 직원들은 별도로 근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급 계약상 책임은 형식으로만 가지고 있을 뿐 지금까지 직접 지시를 하거나 책임을 물은 전례가 없다"며 "공사 측 입장을 노동당국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수문관리자의 근로자적 성격'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의 수사 쟁점이 됐다.
도급 계약상 수문관리자가 농어촌공사에 대한 종속적 관계의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근로자적 성격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노동청 관계자는 "도급계약 내역서는 확보했지만 근로자성 여부가 확실해져야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따른 처벌이 가능하다. 이를 판단하기 쉽지 않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어촌공사의 이같은 행보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고 이후 익명게시판에는 '공사 측이 감시인의 근로자적 성격을 없애기 위해 제도를 변경했다'는 주장이 담긴 글도 게재됐다. 이 글은 한국농어촌공사 내부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쓴이는 "감시원들은 도급제이니 직접 지시하지 말라, 업무 지시할 일이 있으면 지시가 아닌 협조 요청의 형태로 협조전을 보내라 등의 소리를 할 때 웃음밖에 안 나왔다"며 "위촉한 감시인들이 부상을 당해 산재를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들어오니 본사는 '지침 개정'을 통해 모든 책임에서 손을 떼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본사는 감시원 지침을 통해 감시원의 근로형태를 강제하고 지시한다면 그건 지사 담당자의 문제지 본사 문제가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라며 "도급제로 변경되고 나서도 현장에선 서류만 달라졌지 업무 형태는 달라질 수가 없었다. 여전히 지사에선 감시원에게 수로준설, 수초제거, 양배수장 기계 정비 등을 지시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나주시지부와 광주전남 노동안전보건지킴이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농어촌공사 소속 수리시설 감시원은 6700여명으로, 대부분 5개월 단기계약으로 일하고 있다. 감시원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이들에 대한 고용근로관계도 명확하게 짚고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번 A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전 직원들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근로자 적용 여부 등은 노동당국의 조사를 받아 소명하고, A씨에 대한 장례비 지급, 보험비 지급, 직원들의 모금 활동 등을 통해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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