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6일차'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노조가 전하는 병원 난맥상 (종합)
증언대회 열어 내부 실태 비판…"공공병원 역할 못해"
재단 측 "사실무근…법적 부분 충족, 환자에 의료행위 말 안돼"
-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병원의 위수탁을 맡고 있는 빛고을의료재단에 단체협약 승계와 호봉제 유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 6일차에 돌입한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 노조가 병원 내부 실태를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광주시립요양·정신병원지부는 20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노조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자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노조원들은 재단이 근로자들의 노동권을 탄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공공병원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지난 2월 위탁경영을 맡은 빛고을의료재단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병동을 통합 운영, 간호사와 보호사 각각 1명이 100병상을 돌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근무시간을 축소하고 휴게시간을 확대해 환자보다 보호사들이 먼저 잠들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증언에 나선 한 간호사는 "정신병동 특성상 환자들이 약을 삼키지 않거나 숨기는 경우가 빈번해 2명 이상이 투약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환자들의 취침 전 투약시간 이전에 보호사들이 휴게시간에 들어가면서 간호사 혼자 투약을 해야 해 투약 사고 발생 위험이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호사들이 휴가 등으로 근무에 변동이 있으면 대체인력을 투입시키지 않고 줄어든 인원으로 병동이 운영,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병동에 옴 의심 피부질환이 발생하는 데도 '아니다'고 해명한 채 쉬쉬하지만 방역이 이뤄지고 최근 간호사 1명이 옴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환자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배식과 청소, 세탁물 정리, 혈압체크 등 의료보조까지 관례적으로 하고 있다고도 폭로했다.
또 공공병원으로서 역할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병원이 적자로 인해 의료수익을 올리려면 외래를 활성화 해야 하지만, 재단 측은 코로나 당시 없앴던 오후 외래를 그대로 유지하고 비급여 항목 단가를 1.5배~2배 인상해 보호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곽경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은 "보호자와 환자가 공공병원을 찾는 건 전임 간호를 실시하는 등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받기 위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싸움은 보건의료노조가 노동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며 "근무조건, 인력 충원은 의료 서비스 질 개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법적인 부분을 충족해 인력 배치와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며 "비급여는 영양제 종류를 늘린 것이고, 외래 진료 행위는 재단이 아닌 진료의사가 전후사정을 확인해 판단할 일"이고 설명했다.
옴과 관련해서는 "피부과 전문의가 병원을 방문해 전수검사를 실시한 결과 옴이 아닌 피부질환이라고 설명했다"며 "방역은 피부질환자를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업무 보조는 "치료팀에 속하는 간호사와 보호사들이 배식부터 청소, 혈압체크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며 "환자에게 의료 행위를 시킬 수 있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조합원 해고는 업무방해 조치의 일환으로 불가피한 조치이며, 단체협약 승계 거부는 기존 위탁 재단에서 노조 측과 체결한 사항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사 대립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빛고을의료재단이 병원의 위수탁 경영을 맡게되면서다.
재단은 재정난을 이유로 임금 체계를 기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개편했다. 이에 갈등이 불거지면서 노조는 호봉제 유지, 단체협약 승계,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지난 15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재단 측은 다음 날인 16일 '직장폐쇄'로 맞섰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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