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의 수호천사' 화순군 다문화팀 활약 주목

캄보디아 출신 등 5명 공무원 채용…외국인 전담 행정조직
위기가정 발굴·병원 동행·통역업무·국적취득 등 직접 지원

전남 화순군 다문화팀에서 현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5명의 결혼이주여성들. 왼쪽부터 박춘란(50‧중국), 하나자와 가요(53‧일본), 정금화(40‧베트남), 김지민(30‧캄보디아), 마리벨(35‧필리핀). ⓒ News1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나와 말이 통하는 자국민이 군청에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외국인 이주여성들에게 큰 위안과 도움이 되고 있죠."

전남 화순군이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해 지난해 12월 신설한 다문화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행정조직으로 만들어진 다문화팀은 늘어나는 외국인들의 국내정착 등을 돕는 전담조직이다.

팀 신설 6개월 만에 화순 거주 외국인들에게 이들 다문화팀은 수호천사 같은 존재가 됐다.

15일 군청 사무실에서 만난 다문화팀은 최만용 팀장(6급)을 제외한 팀원 5명 모두가 외국인 여성들로 구성된 외국인 지원 전담조직이다.

화순군은 지역에 거주하면서 모국어와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하나자와 가요(53‧일본), 박춘란(50‧중국), 정금화(40‧베트남), 마리벨(35‧필리핀), 김지민씨(30‧캄보디아)를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채용했다.

다문화가정의 소통부재에 따른 이혼 요구, 가정폭력, 아동학대, 잠적 등 사회문제가 날로 증가하면서 소외된 채 방치된 다문화가족에게 도움이 손길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팀이 꾸려졌다.

올해 4월 기준 화순군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외국인은 520여 가구, 2000여명이다. 화순군 전체인구(6만1000여명)의 3% 비중이다.

화순군 캄보디아 계절근로자 환영식에서 통역하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김지민씨(왼쪽). 오른쪽은 구복규 화순군수. ⓒ News1

팀 출범 6개월 동안 이들은 펼친 활약은 눈부시다.

최만용 팀장은 "누적 방문상담이 80건 이뤄졌고, 전화상담건수는 530여건에 이른다. 긴급지원으로 연계시킨 사례도 7건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사소통에 힘들어하는 외국인들에게 다문화팀은 최고의 도우미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 국내에 들어와 25년째 거주하고 있는 박춘란씨는 "과거에는 비자문제 등의 도움을 받으려면 여행사 등을 찾아가야 하면서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불편이 있었는데 이런 지원 등을 지금은 모두 우리 팀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로 가까이에, 그것도 같은 자국민에게서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 거주 외국인들에게 다문화팀은 큰 위안이 되고 있다.

2013년 캄보디아에서 시집 온 김지민씨는 "아무래도 언어가 다르다보니 이전에는 병원 치료를 받더라도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다문화팀에서 병원 동행을 해주고 처방내용도 잘 설명해주기 때문에 너무도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다문화팀에서는 병원치료 동행부터 행정서류 발급, 일자리 안내를 비롯해 국적 취득 절차나 결혼 등 행정정보도 제공하고 복지지원책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화순군 다문화팀 최만용 팀장(오른쪽 세번째)과 팀원들. ⓒ News1

주요 군정시책 등을 모아 자신들의 모국어로 번역한 뒤 1주일에 한번씩 자국민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는 SNS를 통해 제공하는 역할도 다문화팀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안내라든지 비자 관련한 지원을 위해 팀원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최만용 팀장은 "한국사람도 쉽지 않은 업무들을 본인들이 이해하고 이를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두배 세배 더 공부하는 열정이 팀장으로서 너무도 고맙다"면서 웃음지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줄지어 들어오면서 다문화팀의 업무 하중도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

농촌지역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출입국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는 직접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에 다문화팀원들은 늘어나는 외국인들을 종합적으로 담당할 '외국인지원센터' 같은 기관이 지자체에 설치되기를 바랐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 농가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라면서 "이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