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 해상서 전복된 '청보호'…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종합)
5명 사망·4명 실종…정밀 감식 결과 '과적' 원인 결론
세월호 이후 5번째 대형 선박 사고…선주 검찰 송치
- 최성국 기자
(목포=뉴스1) 최성국 기자 = 5명의 사망자와 4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청보호 전복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본부의 정밀감식이 종료되고 책임자 처벌 수순으로 넘어가면서 청보호 전복사고는 4·16 세월호 사고 이후 전남 해역에서 발생한 다섯번째 참사로 기록됐다.
◇'전남 신안 해상서 7분 만에 전복'…사망 5명·실종 4명
연안통발어선인 24톤 어선 청보호는 지난 2월4일 오후 11시19분쯤 전남 신안 임자면 대비치도 서방9해리 인근 해역에서 전복됐다.
사고 당시 승선원 12명 중 3명은 구조됐지만 9명은 실종됐다.
밤낮 없는 구조 작업에 들어간 해경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6일 수중수색을 통해 선내에서 기관장과 선원 등 5명의 실종자를 수습했다.
이후에는 해수 유동시스템 분석을 통해 수색 구역을 흑산도·홍도 부근까지 확대, 해군함정과 관공선 등 66척, 항공기 7대, 민간어선 230척을 수색에 동원했지만 선장 이모씨(51)와 선원 윤모씨(41), 베트남 선원 2명 등 실종자 4명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생존자 등은 청보호 기관실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이후 7분 만에 전복됐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전복된 청보호를 목포의 조선소까지 인양해 선내수색을 벌인 뒤 본격적인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침몰 당시 조타실에 설치된 CCTV 3점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 GPS 플로터, 기관엔진모니터 등 6점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맡기고 별도의 수사본부를 꾸려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이어왔다.
◇청보호 전복 원인은 '과적'…해경, 선주 검찰 송치
두 달 가까이 진행된 청보호 수사 결과 선박이 전복된 원인은 '과적'이라는 최종 결과가 도출됐다.
청보호 전복사고 수사본부에 따르면 인양 당시 선박 외부에서 구멍이나 충돌 흔적 등 침몰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청보호는 3차에 이르는 정밀 감식 끝에 무게를 못 이긴 선박에 물이 차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생존자들은 청보호에 개당 무게 3~4㎏ 통발 3000여개가 배에 실려 있었다고 증언해왔다.
당초 해경은 청보호급 선박에는 통상 통발 3500여개가 실리는 점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벌여왔고, 결국 '과적으로 선박의 무게 중심이 선체 상부로 이동, 한쪽으로 기운 상태에서 물이 들어찼다'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갑판을 통해 기관실로 유입된 해수가 청보호의 복원성을 상실시키면서 순식간에 청보호가 뒤집힌 것이다.
지난해 3월 건조된 청보호는 건조 이후 총 3번의 선체 검사와 1번의 정비를 받았다.
청보호는 지난해 4월 최초의 정기검사를 받았고, 같은해 6월 승선원 추가를 위한 임시 검사를 거쳤다.
이 배는 최대 14명의 승선원이 탑승할 수 있도록 건조된 반면 선원 등록은 12명으로 돼 이를 13명으로 늘리기 위한 검사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통신범위를 넓히기 위해 통신기를 새로 설치하며 임시 검사를 받았고, 12월에는 배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고 새로 도색하는 작업으로 파악됐다.
4번의 검사 과정에서는 선박 안전 관련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했다.
수사본부는 전복 사고 원인을 제공한 선주 A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선장 등 2명도 동일 혐의로 입건됐지만 실종자에 포함돼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청보호 전복'…세월호 이후 5번째 대형 선박 사고
수사본부의 정밀 수사가 종료되고 책임자 처벌 수순으로 넘어가면서 '청보호 전복사고'는 4·16세월호 참사 이후 전남 해상에서 발생한 다섯번째 대형 선박 사고로 기록됐다.
사고 발생 초기 사고 초기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사고 현장 급파를 지시받은 해양수산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해 운영하고, 전남도와 인천시, 신안군은 각자 지역사고수습본부·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했다.
각 수습본부에서는 인명구조와 실종자 수색 지원, 응급조치 등을 지원했다.
이처럼 수습본부나 대책본부가 꾸려지는 등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도 꾸준히 발생했다.
서해는 크고 작은 1994개의 도서지역이 있고 관광객과 낚시승객, 유도선, 어선들이 다수 운항되고 있어 해상 사고가 잦다. 인명피해가 컸던 2015년 돌고래호 전복사고, 2017년 진선호 전복사고, 2018년 연흥호 전복사고, 근룡호 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2015년 9월6일 낚시어선 돌고래호는 제주도 추자도 인근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남에서 출발한 이 배에서는 1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17년 신안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진선호 전복사고의 경우 8명의 승선원 중 4명은 구조됐지만 4명이 숨졌다.
완도 청산도 해상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근룡호 사고의 경우 2명이 숨졌고, 5명이 실종됐었다. 연흥호 전복사고는 2018년 4월12일 오전 0시36분쯤 신안군 흑산면 매물도 인근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연흥호를 탄자니아선적 냉동 운반선이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졌고, 3명이 실종됐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의 '목포·여수·완도·부안·군산 서해지역 선박사고 현황'에 따르면 서해지역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6년간 총 6295건의 선박 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와 실종자는 총 145명에 이른다.
수사본부는 청보호 사고의 원인인 '안전불감증'을 포함, 제기된 선박 운영상 문제점들에 대해 관계기관과 법령 개정 등 협의를 통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해경은 과적한 상태에서 조업에 나서는 선박 등에 대해 강력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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