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도 쇼핑하러 가겠네요" 흑산공항 건설에 주민들 함박웃음

연간 110일 결항 흑산도,공항건립 확정에 '환호'
공항 추진 15년만에 결실…주민·관광객 이동권 확보

기상청의 흑산도 관측소에서 바라본 공항부지. 대봉산 정상을 40m 가량 절개해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활주로를 건설하게 된다.2023.2.11/뉴스1

(신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앞으로는 서울로 쇼핑하러 갈 수도 있게 됐어요."

10일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만난 흑산도 주민 고승혁씨(49)는 "흑산공항 건립이 결정돼 좋으시겠네요?"라는 취재진의 인사에 흐뭇한 미소로 입을 열었다.

고씨는 "9대가 이어서 흑산도에 살고 있다"며 "이제는 풍랑과 상관없이 비행기 타고 육지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난 1월31일 회의를 열고 흑산공항 예정지 공원해제 등이 포함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흑산도에 공항 건설을 추진한지 15년만에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됐다.

목포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2시간 걸려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한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2023.2.11/뉴스1 ⓒ News1

◇환경부, 흑산공항 예정지 국립공원 '해제'

흑산공항 부지를 둘러보기 위해 가는 흑산도행은 쉽지 않았다. 목포항에서 흑산도를 가는 첫 배는 오전 7시50분을 시작으로 하루 3차례 운항했다. 반대로 홍도나 만재도를 거쳐 흑산도에서 목포로 가는 배는 오전 9시부터 역시 3차례다.

이 마저도 바람이 거세거나 파도가 높으면 결항하기 일쑤다. 흑산도행은 연평균 110일이 결항이다.

400톤급 쾌속선은 목포항을 벗어나 중간기착지인 도초도까지는 작은 흔들림 정도였으나 이후 먼바다로 나가자 롤러코스터를 타 듯 위아래로 요동쳤다. 이날 파도가 1m내외로 잔잔하다고 했음에도 초행자들은 쉽지 않은 출렁거림이었다.

그렇게 2시간을 타고 흑산도 예리항에 도착했다.

흑산도 상라봉에서 바라본 흑산도 시가지 전경/뉴스1 ⓒ News1

흑산(黑山)이라는 이름은 바닷물이 푸르다 못해 검푸른 빛이 돌아, 멀리서 보면 산과 바다가 모두 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섬은 검은빛이 감돌았다.

흑산도는 본섬을 포함해 가거도, 만재도, 상태도 등 10개의 부속도서로 이뤄졌으며 4000여명이 거주한다.

본섬인 흑산도 면적은 19.7㎢로 축구장 2750배 크기다. 밭농사 짓기가 어려울 정도로 땅이 척박하고 평지가 없어 대다수 주민들은 어업이나 관광업에 종사한다. 유명한 흑산도 홍어는 이곳 주민들의 주소득원이다.

흑산도 예리항에서 배를 내리자 거리 주변에 '흑산공항 건설 경축' 현수막들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들의 공항건설 환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흑산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옥권씨(54·여)는 "오전 9시 첫 배를 타고 목포에 나가더라도 11시에 도착해 일 보고, 마지막 배인 오후 4시 배를 타고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면서 "비행기가 생기면 이제 서울 남대문시장으로 장보러 갈 수 있게 됐다"고 활짝 웃었다.

흑산공항 조감도(신안군 제공)/뉴스1

◇2026년부터 50인승 항공기 전국 7개 노선서 운행

공항 건설부지는 예리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해발 120m 높이의 흑산도 대봉산 자락을 40m 가량 깎아 총 68만3000㎡의 축구장 100개 면적에 흑산공항을 만들 계획이다.

전남도는 올해 안으로 환경영향평가와 실시설계, 물가상승에 따른 총사업비 증액에 대한 기재부와의 협의 등이 11월까지 마무리될 경우 흑산공항의 연내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6년이면 공항이 지어지고 1200m 활주로에 50인승 항공기가 뜨게 된다.

국토부 기본계획서에 따르면 김포와 양양, 청주, 김해, 대구, 광주, 목포에서 흑산도를 오가는 항공노선이 개설될 예정이다. 무안에서는 30분, 전국 어디서나 1시간이내면 흑산도에 도착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흑산도권역을 방문한 인원은 56만명에 달한다.

정일윤 흑산공항건설대책위원장은 "목포항에서 흑산도까지 편도 4만원이 넘는 여객선 비용에 뱃멀미까지 감수해야 하는 현실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흑산도를 찾아 왔다"며 "이제 비행기로 이동이 가능하다면 훨씬 많은 인원이 이곳을 찾게 되고 주민들의 육지와의 이동 불편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도입되는 50인승 항공기(신안군 제공)/뉴스1

◇환경단체, 철새 이동서식지 이유로 공항 건설 반대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2008년부터 추진돼 2011년 국가사업으로 확정됐다. 당초 계획이라면 2020년이면 지어졌어야 했다.

함께 추진됐던 울릉공항이 2020년 11월 착공된 데 반해 흑산공항은 해당 부지가 국립공원이란 이유로 장기간 표류해 왔다. 또한 환경단체는 흑산도가 철새들의 이동서식지인 점을 내세워 보호와 환경훼손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신안군은 공항건설을 위해 흑산공항 부지보다 8배 넓은 비금도 명사십리 해변을 국립공원 대체부지로 제공했다.

흑산도의 새공예박물관. 흑산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조류가 관찰되는 곳으로 신안군은 철새와 주민의 상생방안을 찾고 있다.2023.2.11/뉴스1

환경단체 주장대로 흑산도는 철새들의 국제적인 중간기착지이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조류가 관찰되는 곳이다.

신안군은 다행히도 공항부지는 흑산도에서 철새가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철새가 주로 머무는 곳에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마을의 휴경지에 조와 수수를 재배해 수확물의 50%를 가을철 흑산권역을 통과하는 철새에게 먹이와 휴식처를 제공한다. 겨울에는 봄동을 키워 부족한 먹이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며 참여 주민에게는 경작비용을 지불한다. 이로써 철새와 주민이 서로 상생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정수 신안군 기획실장(왼쪽 첫번째)이 흑산도 공항부지를 배경으로 공항건설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2023.2.11/뉴스1

◇흑산공항 건설, 연간 1535억원 생산유발효과…지역민의 삶 획기적 변화

2026년 흑산공항이 개항하면 흑산도에서 서울까지 걸리는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될 수 있다.

동절기 풍랑으로 인해 결항이 잦더라도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비행기를 이용해 육지로의 상시 이동이 가능하게 된다.

또한 지역관광 등 산업 활성화로 연간 1535억원의 생산유발효과, 645억원의 부가가치, 1189명의 고용 유발 효과 등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수 신안군 기획실장은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도서지역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이 향상돼 지역경제가 발전하고 응급의료서비스도 개선될 것"이라며 "2026년 흑산공항이 차질없이 개항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04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