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처벌 강화" vs "재발방지 우선"(종합)
광주·전남 중대재해 7건…민주노총 "신속한 법 집행"
동부권 대기업들 "처벌 능사 아니다…지역 경제 악영향"
- 최성국 기자, 김동수 기자,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김동수 정다움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은 가운데 '안전을 위해 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목소리와 '무조건적인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는 대기업의 목소리는 여전히 상충되고 있다.
26일 민주노총 광주본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27일부터 12월31일까지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총 7건이다.
이 가운데 3건은 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됐다. 기소된 건은 현재까지 0건이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1월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가 붕괴, 근로자 6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중대재해로 처벌되지 않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발생한 '무너짐 중대재해' 사고로 기록됐다.
지난해 5월24일 광주 북구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인부 1명이 부러진 펌프카 작업대에 맞아 사망했다.
국가산업단지 내 화재와 폭발로 인한 중대산업재해도 잇따랐다.
지난해 2월11일 전남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공장인 여천NCC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열교환기 청소작업을 하던 근로자 8명 중 4명이 숨졌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611건, 사망자는 644명이다.
노동단체는 처벌법 시행 1년에도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법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과 재해 유가족, 시민사회의 투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했지만 엄정한 법 집행 대신 중대재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은 개인의 과실이 아닌 기업에 의한 조직적이고 구조적 범죄에 대한 처벌 합의"라며 "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75%는 '법이 예방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중소사업주의 80%는 하청에 책임을 떠넘기지 않기 위해 처벌법을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중소사업장에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세우기 위한 실질적 지원대책을 강화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엄정 처벌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실질 효과가 발휘되도록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여수국가산업단지와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전남 동부권 대기업들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며 구체적인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 조치,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이 우선돼야 하는데 무조건적인 처벌에만 집중돼 있다"며 "그렇다보니 기업도 처벌 중심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기업 이미지와 분위기 자체도 침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법 시행 전, 법에 대해 예방과 대처할 시간을 줘야 하는데 처벌에만 집중돼 법 자체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를 무조건 '처벌하자'식으로 몰아붙이는 것보다 재발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수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인과관계도 없는 경영책임자만 처벌하는 중대재해법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가 명확하고 상세한 메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책임주체가 메뉴얼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면책과 경감도 뒤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이면 5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경영책임자 처벌이 적용된다"며 "법에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가 처벌돼 직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이는 지역경제 전반의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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