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선거구' 제안에…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의원들 입장은?
광주 3명, 전남 4명 찬반 입장 질의에 모두 부정적
내년 총선 정치적 의도…"연동형 비례대표제 보완해야"
- 박준배 기자, 박진규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박진규 기자 = 새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텃밭인 광주전남 의원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현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뉴스1광주전남본부가 9일 광주 국회의원 3명과 전남지역 국회의원 4명에게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 모두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시기적으로나 정치적, 선거 공학적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병훈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광주 동남을)은 "지역구별로 의원들의 생각이 다 다르다"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는 걸 전제로 손익계산이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중대선거구제를 비롯한 모든 카드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대선거구제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 입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광주지역에서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전반적인 검토를 하고 2월쯤 시당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구갑)은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제안이 차기 총선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제안은 그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충정 어린 고민에서 나온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국민의힘이 현재 지지율보다 많은 의석수를 가져가려는 지능적이고 전략적인 의도"라고 말했다.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호남은 민주당이 독식하고 영남은 국민의힘이 주를 이루고 일부 민주당이 가져갈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국민의힘과 반반씩 나눠 갖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소수 정당의 진출 기회가 많아진다는 형식 논리가 있지만 실제로는 양당이 독식하는 구조가 된다"며 "지지율대로 의석수를 가져가는 선거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사회의 다원성을 담보하고 협치를 가능하게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형석 의원(광주 북구을)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4월까지 정개특위가 안을 내놓아야 한다면 이미 그전에 논의돼야 할 사안으로 지금은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논의하더라도 다음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 헌법 개헌, 5.18정신 수록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중대선거구제는 소수정당이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지역 구도를 깰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면에는 명망가와 재력가 중심의 후보들에게 훨씬 유리한 제도가 돼 버린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보완할지를 검토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위성정당 꼼수가 나왔는데 이걸 막는 방안을 논의하는 게 낫다"며 "표심의 등가성의 원칙이 일정 정도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지역 국회의원들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3선의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군)은 "중대선거구제가 지역과 진영 간 극단적인 대립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 지역을 보면 현재 소선거구제도에서 군 단위 4곳이 한 지역구로 묶여 있는데, 중대선거구제하에서 2~3명을 뽑는다면 8~10개씩 군까지 묶어질 수밖에 없다"며 "선거 공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거나 수도권과 지방을 나누는 등 보다 근본적인 검토와 함께 대안이 필요하다"며 "현재 정치 상황상 선거구제를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회재 의원(여수시을)은 "중대선거구제는 제3·4당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기득권 정치인들에게는 유리하고 정치신인은 진입이 어려운 구조다"며 "좋다, 나쁘다 쉽게 말하기가 어려워 넓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이 볼 때는 기성정치인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득권 강화 측면이 부각되면 정치 변화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며 "정치 변화, 고착화된 양당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끊임없이 문제 제의가 있었고,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전환이 이슈가 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도 공감대와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철현 의원(여수시갑)은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찬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 인구비율로만 치르는 선거제도가 문제다"며 "지역대표성을 보완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삼석 의원(영암·무안·신안)은 "소멸위기에 처해 있는 농어촌 지역의 눈높이에 맞는 선거구 개편을 해야 한다"며 "현재 가장 심각한 정치 양극화를 고려하지 않는 선거구제 개편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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