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 보상금은 평균 4300만원…연금 없이 '생활고'
[5·18 정신적 손해배상 ㊺ 완] 1년간 37명 심층 인터뷰
고문후유증에 트라우마로 사회적 고립…광주시 실태조사
- 박준배 기자,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이수민 기자 = '양복점 종업원, 이발사, 무직, 주부, 나전칠기 공, 자동차 정비사, 버스 운전사, 화물차 운전사, 광주시청 공무원, 재단사, 취업준비생, 고등학생, 방직공장 노동자, 초등학생, 철물점 종업원….'
<뉴스1>이 지난해 11월부터 1년간 만난 '1980년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다. 여느 누구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 하지만 42년 전 '그날' 이후 이들의 삶은 절대 평탄하지 않았다.
뉴스1은 지난해 11월부터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와 보상법을 재조명하는 '5·18 정신적 손해배상' 시리즈를 연재했다.
1년간 37명의 피해자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 중 계엄군에게 붙잡혀 폭행당하고 구금된 피해자는 절반에 가까운 18명(48.6%)이다. 나머지는 구속되거나 구금되지는 않았지만 계엄군의 폭행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다.
구금된 이들은 3일, 4일, 5일 등 단기도 있고 1개월, 3개월, 5개월, 9개월 10개월간 구속됐다가 전두환 취임 1주년에 맞춰 가석방된 이들도 있다.
가장 오래 구금된 피해자는 버스 안내원으로 일하다 시위에 참여해 두 번 구속된 이무헌씨(66)로 12개월 가까이 구금 생활을 했다.
일시적 보상금액은 구금 일수와 장애등급 등에 따라 800만원부터 1억7000만원까지 각각 다르다. 3000만~4000만원대의 보상금을 수령한 이들이 가장 많다.
두 번 구속된 이무헌씨가 고문 후유증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하면서 1억7000만원을 받아 37명 중에선 가장 많았다.
그는 80년 5월19일 호기심에 시위에 참여했다가 자수하면 감형해준다는 말에 경찰서에 전화해 5월29일 505보안부대로 끌려갔다. 모진 고문 끝에 내란음모죄로 3년 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4월3일 석방됐다. 구속된 지 10개월 만이었다.
이후 5·18 항쟁 기간 전남지역에 다녀온 동지들이 뒤늦게 자수하면서 총기 화약 탈취 혐의가 추가돼 82년 1월22일 다시 구속됐다.
소요죄와 특수 절도 혐의로 2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전두환 취임 1주년과 삼일절 특사로 3월3일 가석방됐다.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두 번 구속된 이는 이씨가 유일하다.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5·18민주유공자는 5·18 부상자 2766명, 5·18 희생자 1550명, 5·18 사망자 또는 행방불명자 167명 등 모두 4483명이다.
일시적 보상금은 1990년 1차부터 2015년 7차까지 신청을 받아 5807명에게 2510억9700만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4324만원 꼴이다.
보상금 지급 규정은 유형마다 다르다. 사망이나 행불자는 생활지원금 7000만원과 위로금 2100만원을 일괄 지급한다.
상이자는 생활지원금 30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6단계 차감 지급, 위로금 450만원부터 1950만원까지 4단계 차감 지급한다.
기타 상이 1급은 생활지원금 1000만원, 위로금 200만원, 2급은 생활지원비 700만원, 위로금 100만원 등 급수별로 다르다.
일시적 보상금은 대부분 병원 치료비 등으로 사용해 5·18민주유공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뉴스1이 인터뷰한 37명 중 직업을 가진 이들은 식당 운영 2명, 자동차 정비, 주류 도매, 철물점 운영 각 1명 등 5명(13.5%)이다.
6명은 5·18단체에서 활동했고 3명은 5·18명예회복 등을 위한 시민사회활동을 했다.
나머지 24명(64.8%)은 80년 5월 이후 트라우마와 고문 후유증, 사찰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해 '무직'이다.
5·18 피해자는 매월 급여 형태로 보훈 급여금을 받는 '국가유공자'가 아니라 '민주유공자'다. 일시적 보상금 외에 유공자 혜택은 있으나 연금은 따로 받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자금으로 겨우겨우 살아간다.
5·18민주유공자들은 모두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37명 중 17명(45%)는 고문 후유증과 트라우마로 알코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중독 치료를 받았다.
4명 중 1명꼴인 9명(24.3%)은 가정생활이 파탄 났다. 3명은 아예 결혼도 하지 못했다.
황일봉 구속부상자회장은 "5·18 피해자들은 술과 약에 의지해 국가폭력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사회적으로 고립됐다"며 "사회적 편견, 왜곡으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뉴스1 보도 이후 지난 5월부터 5·18피해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총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이달 말 결과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5·18단체는 회원들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위해 총 6개의 법무법인과 접촉, 소송 대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접수를 시작해 1800여명이 신청했다.
5·18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해 현실에 맞는 위자료 책정과 연좌제로 피해받은 가족을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비 국가 부담, 당시 보상금에 이자율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황일봉 회장은 "국가폭력과 탄압으로 고통받는 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이 연좌제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국가가 조속한 배상을 해야 한다"며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가치를 잃기에, 가치를 지키고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반드시 배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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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0년 5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40여년이 흘렀으나 피해자들은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인 모를 질병과 트라우마,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거나 자살한 피해자들도 많다. 최근 이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스1광주전남본부는 5·18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정신적 손해 배상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