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제주 한달살이 간다'는 조유나양 일가족…완도서 싸늘한 주검으로

부모, 2년 동안 우울증 진료…자녀와 극단 선택
일가족 신체서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도

전남 완도군 신지면 송곡선착장에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최근 실종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이 탔던 아우디 차량의 인양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뉴스1 DB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깊은 잠에 취한 듯 양팔을 늘어뜨린 자녀, 그런 자녀를 위태로이 등에 둘러업은 어머니, 슬리퍼 차림으로 차에 올라타 숙박업소를 황급히 떠나는 아버지.

전남 완도군 앞바다에서 실종 28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조유나양(10) 일가족이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 영상에 남긴 마지막 모습이다.

학교에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한다며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들이 향한 곳은 제주도가 아닌 전남 완도군 한 해안가.

이들이 완도에 머물며 종적을 감추고, 시신으로 발견된 날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번 사건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24일 광주 남구에 거주하는 조유나양 일가족은 전남 완도군 한 해안가 인근의 숙박업소를 찾았다.

당초 학교에 제출한 체험학습 신청서에는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고 기재돼 있지만, 이들은 연고가 없는 완도군을 선택했다.

예약이 마감돼 빈방이 없던 같은 달 28일 오전부터 29일 오전 사이를 제외하곤 줄곧 이 숙박업소에서 생활했다.

고금대교를 따라 완도를 벗어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잡혔지만, 일가족의 마지막 행선지는 숙박업소였다.

이후 이들의 행방이 생존 반응(휴대전화 신호)이 끊긴 시기는 완도군 앞바다의 해수면이 만조로 기록된 5월30일 오후 11시쯤. 완도를 찾은 지 딱 1주일 만이었다.

일가족이 남긴 흔적이라고는 숙박업소 내외부를 찍던 20초가량의 영상과 송곡항 일대에서 순차적으로 끊긴 휴대전화 신호.

이들의 생존 반응은 5월31일 오전 0시40분부터 같은 날 오전 4시 사이 유나양과 어머니, 아버지의 휴대전화가 순차적으로 꺼지면서 완도군에서 옅어져 갔다.

사라진 일가족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것은 유나양이 다녔던 학교의 교사였다.

실종 22일 만이자 지난 6월22일 학교 측은 '체험학습 기간이 끝난 뒤 일주일이 지나도 유나가 등교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이틀간의 기초조사를 마친 경찰은 대원 300여명과 수색견 6마리, 드론을 투입해 일가족의 행방을 뒤쫓았다.

수색 닷새째, 종적은커녕 이번 사건의 실마리인 아우디마저 발견되지 않았다. 방범용 CCTV 영상에는 일가족의 아우디가 완도에 들어오는 영상만 남아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져갔다.

이런 상황에 판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의 폐업 소식, 일자리를 그만둔 어머니의 소식, 법원에서 보낸 '우편송달' 안내 딱지 등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의혹이 무성해졌다.

일각에서는 '루나 코인'이 폭락한 시기, 일가족이 사라졌다는 점을 내세워 투자 실패로 일가족의 잠적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색 엿새 만에 송곡항 인근 수심 10m 해역에서 일가족의 아우디를 발견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차를 인양했고, 신원 확인을 통해 내부에서 발견된 시신 3구가 일가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통보받은 부검 결과에는 '일가족의 신체에서 치료 농도 범위 내의 수면유도제·수면진정제 성분이 각각 검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유나양 부모가 최근 2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아온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금융 명세를 조회한 결과 사망 직전까지 검색했던 '루나 코인'에는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 이번 사건은 '우울증에 의한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그 근거로 체내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차가 시속 31㎞ 속도로 바다에 빠졌을 당시 일가족 전원이 생존한 것으로 봤다.

당시 차량 인양 소식을 듣고 송곡항을 찾은 일부 주민들은 "아이는 무슨 죄냐"며 "부모에게는 극단적 선택이지만, 자기 결정권이 없는 자녀에게는 타살이다"고 목소리를 냈다.

ddaum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