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여성질환?' 성가롤로병원 황당한 건강검진
- 김호 기자
(순천=뉴스1) 김호 기자 = 병원측은 17일 "건강검진서 작성 과정에 일어난 사소한 실수"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행위 자체에 대한 신뢰감이 무너졌다는 지적이다.
전남 순천 성가롤로병원에서 지난달 말 건강검진을 받은 회사원 A(39)씨는 최근 우편으로 도착한 건강검진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건강검진서에 '요로 감염증 의심'이라는 문구와 함께 "빈뇨, 배뇨시 통증이 있거나 질염 관련 증상이 있는 경우 부인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측이 남성인 A씨에게 여성질환인 '질염' 증상을 우려하며 여성들을 진료하는 '부인과' 진찰까지 당부한 것이다.
건강검진서의 성별에는 A씨가 남성(male)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M'이라는 알파벳도 표기돼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여성용이었다. 건강검진서에는 의사의 이름은 물론 사인까지 담겨 있었다.
A씨는 건강검진 결과 전체를 신뢰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에서 다시 검진을 받기 위해 전액 환불을 요청했으나 병원측은 거부했다.
건강검진서 작성 과정의 실수일 뿐 건강검진 자체는 정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소변검사만 다시 해주겠다"는 게 병원측의 입장이었다.
A씨는 "성별도 구분하지 못하는 병원의 건강검진 자체를 믿을 수 있겠느냐"며 병원측의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병원 관계자는 "모든 검체에 개인정보를 담은 바코드를 부착하기 때문에 건강검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정확하게 이뤄졌다"며 "다만 의료진이 여성의 이름과 비슷한 A씨의 이름을 보고 여성으로 착각해 건강검진서 작성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A씨의 경우 직장에서 단체로 건강검진비용을 부담해 검진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에게 비용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성가롤로 병원은 1969년 순천 구시가지에서 문을 열어 1998년 조례동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600여병상, 전체 직원 950여명에 이르는 전남 동부권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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