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광주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미스터리'

문체부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죄", 강운태 시장 "정부 행태 개탄"

김황식 국무총리의 서명이 들어간 정부 보증서류 원문. 광주시는 이 원문에 없는 정부의 재정지원 방침을 추가한 유치신청서 초안을 FINA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파문이 일고 있다. © News1

</figure>광주시가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했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한 유치신청서 초안에 정부 보증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체육부(이하 문체부)는 강운태 광주시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물론 대회 재정지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광주시는 이같은 정부 방침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와 문체부가 '세계수영수권대회 공문서 위조'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밝혔지만 양 측의 뚜렷한 시각차는 물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은 남아 있다.

◇'위조'와 '가필'…뚜렷한 시각차

'위조'와 '가필'. 문체부와 광주시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뚜렷한 시각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문체부는 이 사건이 명백한 공문서 위조(어떤 물건속일 목적으로 꾸며 진짜처럼 만듦)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광주시는 가필(이나 그림 따위에 대어 보태거나 지워서 고침)이란 용어를 쓰며 '직원의 실수'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19일 "광주시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위원회가 FINA의 요구에 따라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보증하는 서류에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와 최광식 문체부 장관의 사인을 위조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시가 당시 공문서 위조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범법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FINA의 개최도시 발표 후 광주시 세계수영선수권 유치위원회를 광주지검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이날 저녁 '광주시 입장'을 통해 문체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시는 "4월 2일 FINA에 제출한 유치신청서 초안(PDF)파일에 대구 육상대회 선례를 참조해 추가 '가필'한 내용이 담겼다"며 "유치신청서 초안에 첨부된 정부 보증서가 2월 김황식 총리가 서명한 내용과 다르다고 총리실이 4월말 지적해 자체조사 결과, 실무자의 실수임을 확인하고 담당자를 엄중 경고하고 정부에 사과했다"고 밝혔다.

특히 "실무자들의 과욕으로 총리 사인 원본에 일부 문장이 첨가된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나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를 즉시 시정한 뒤 원본으로 바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5월 1일 FINA 실사단 면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FINA가 19일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광주를 발표하자 강운태 광주시장 을 비롯한 유치단이 환호하고 있다/사진제공=광주시 © News1

</figure>◇왜 하필 대회 개최지 선정일에?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 결정일에 맞춰 공교롭게도 언론을 통해 '정부문서 조작 시비'가 불거진 것에 대해 무성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시가 '가필'을 인지한 시점을 4월24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시 FINA 실사단의 광주방문을 앞두고 정홍원 국무총리 면담을 신청한 과정에서 총리실 직원이 정부 재정지원 보증 서류와 국무총리 사인 위조를 지적했다는 것이다. 시는 이후 모든 자료를 보증서 원본으로 대체, 4월말 실사단에 제출한 유치신청서 중간본과 6월17일 최종본에는 원본 보증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국무총리실과 문체부의 조사를 받았고 사실상 '직원의 실수'로 결론났는데 개최지 선정 당일 굳이 이 문제가 불거진데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고 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중요한 시점에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를 자행해 개탄스럽다"며 "정부는 지원할 생각도 없다고 하는데 예산 지원은 국회와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유감을 토로했다.

시 관계자도 "문체부가 최종 PT를 몇 시간 앞둔 시점에서 마치 최종 제안서에 총리 사인 자체를 위조하거나 공문서를 조작한 것처럼 뒤늦게 문제를 일으키는 행위는 정부를 대표하는 문화부의 책무를 스스로 망각한 처사로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해당 공무원 단순 실수(?)

문체부가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장인 강운태 시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키로 함으로써 향후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미지수다.

광주시가 조직적으로 공문서 위조에 가담했느냐 여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시는 담당 공무원(6급)의 '실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윗선'의 지시없이 이같은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말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 고위관계자는 "스위스 로잔의 컨설팅사로부터 정부의 구체적인 보증방안을 넣으면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담당 직원이 정부 보증서류에 없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사례 문구를 포함시켰다"며 "2월 정부보증 당시 받았던 김황식 총리의 사인은 스캔을 받아 유치신청서 초안에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 사실을 4월말 국무총리실로부터 통보받고 담당 직원을 '엄중 경고'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만에 하나 '윗선 개입' 등 조직적으로 공문서 위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민선 5기 4년차에 접어 든 강운태 광주시장에게도 이번 검찰수사가 상당한 짐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광주 유치와 관련 광주시와 문체부가 22일 나란히 브리핑을 예고했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22일 오전 11시 광주시청에서, 문체부는 이날 오전 10시 노태강 체육국장이 브리핑에 나설 예정이다. 공문서 위조 논란에 대해 양 측의 구체적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여 이 사건을 둘러싼 향후 파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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