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군의회 내년 군 소식지 예산 삭감, 발행 중단 위기
군‧의회 ‘동문리 근대 한옥 방치’ 놓고 갈등…시민 대책위 구성
- 이찬선 기자
(충남=뉴스1) 이찬선 기자 = 충남 태안군의회가 동문리 근대 한옥 방치와 관련된 내용을 태안 소식지에 잘못 실었다는 이유로 내년 발행 예산을 전액 삭감해 새해부터 소식지 발행이 중지될 처지에 놓였다. 태안군의 소식지는 고령화 비율이 높은 태안지역에서 중요한 정보 접근 수단이다.
24일 태안군의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제308회 2차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의에서 매월 1만부가 발행되는 태안군 소식지 ‘마음이 머무는 태안’ 발행 예산 2억36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군의회는 동문리 근대 한옥 보수 정비 공사가 지체되고 있다는 소식을 다룬 내용을 문제 삼았다.
군 소식지에는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1930년대 건축된 동문리 근대한옥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됐으나 군 차원에서 보존·관리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동문리 한옥은 지난 2017년 국가등록 문화유산(근대한옥) 제704호로 등록됐고, 이듬해 소유자가 태안군에 기부채납했다.
또 소식지에는 현황 측량을 실시한 결과, 기증자가 거주하는 공간이 태안군에 기부한 토지 132㎡를 점유하고 있으나 해결되지 않은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이라는 내용도 설명하고 있다.
이어 2016년에 문화재 등록 신청을 했으나 유물 3499점은 2009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된 상태여서 실제 유물이 없다면 근대한옥의 활용 가치가 떨어짐을 들어 정비사업을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군의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군은 올해 국비 사업으로 근대한옥 보수 및 주변 정비 설계비 1억 원을 명시이월할 수밖에 없었음을 설명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김진권 의원은 “전임 군수가 시작한 사업이라 소극적인 태도”라며 “문화유산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동문리 근대가옥 방치를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는 “태안군 전체의 문화유산 관리와 보존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동문리 근대한옥 사업비 집행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했다.
가세로 군수도 기자회견을 열어 “동문리 근대한옥의 설계비를 집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군수가 문화재를 방치한다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군의회는 태안 읍성 남동 성곽 복원 사업비와 몽산리 석가여래좌상 주변 토지매입안 등 문화재 관련 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불승인했다”면서 “문화재를 방치하는 것이 누구인가”라고 맞섰다.
급기야 지난 11일 군의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다룬 소식지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뒤이어 소식지 예산 삭감 소식이 전해지자 태안 소식지 편집위원회 위원과 시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예산안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등 지역사회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35년간 발행된 소식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발행되어야 한다”며 “출향인과 군민들의 정보접근권을 차단한 것은 군민 전체를 무시한 명백한 폭거”라고 군의회를 비난했다.
군의회가 폐회되면서 소식지 발행 예산은 내년 1차 추경에나 처리가 가능한 상태다.
chans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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