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아들 사고 덮어주려고" 엇나간 父情[사건의 재구성]

30대 아들 교통사고에 "내가 운전했다" 허위진술…1시간 만에 자백
아들 도주치사죄 1심 징역 2년→2심 감형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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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2022년 8월 25일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은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했다. 아들은 불과 몇 달 전 음주 운전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아버지는 부리나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자정이 다 됐지만 왕복 10차로의 충남 천안 서북구 삼성대로는 차량 불빛이 이어졌다. 편도 5차로의 한 가운데에 아들의 K7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바닥에는 아들 또래로 보이는 남성이 누워 있었다. 한눈에도 많이 다친 것으로 보였다.

잠시 뒤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바닥에 쓰러진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다. 경찰은 사고 과정을 물었다. 아버지는 "내가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아들도 아버지와 똑같이 답했다. 기초 조사를 마친 경찰은 아버지에게 경찰서 출석을 요구했다.

1시간 뒤 천안서북경찰서에 출석한 아버지 옆에는 아들이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아들을 데리고 경찰서에 출석했다. 반성한다"며 사실을 털어놨다. 아들 A 씨(당시 38)도 차량 운전을 시인했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뒤 숨졌다.

검찰은 A 씨에게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중 도주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피해자 구호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했다고 봤다.

A 씨는 현장 출동 경찰관에게 허위 진술했지만 직후 경찰서에 가서 사실대로 진술해 도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교통사고 시 구호 조치에는 경찰관 등 사고와 관계 있는 사람에게 사고 운전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도 포함된다"며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야간에 편도 5차로를 무단횡단한 피해자의 과실도 사고 발생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면서 "허위 진술로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고, 사고 후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훼손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 씨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 유족에게 보험금이 지급되고 1심 이후 유족과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량이 다소 무겁다고 볼 수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28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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