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 둘로 가른 만세삼창…천안시 주관 경축식·관장 사퇴 집회 동시 개최

박상돈 시장 "착잡한 심정, 포용하는 마음 가져야"
범시민대책위 "뉴라이트 김형석 관장 사퇴하라"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2024.8.15/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독립운동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대한독립 만세' 삼창이 둘로 나뉘어 울렸다.

제79회 광복절을 맞은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선 천안시가 주최한 광복절 경축식이 거행됐다. 당초 이 행사는 독립기념관이 주최할 계획이었지만, 김형석 신임 관장이 취임 후 돌연 경축식을 취소하면서 부랴부랴 천안시가 나서 경축식을 치렀다.

행사엔 박상돈 천안시장과 윤석구 광복회 천안시지회장 등 보훈단체, 시민, 온라인 신청 가족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 및 애국지사의 정신을 기리고 독립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 시장은 경축사를 통해 "매우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독립기념관에서 주최하지 못한 광복절 기념식을 천안시가 하는 게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광복절의 의미와 정통성, 우리 시의 역사적 배경,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 시민들의 전반적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천안시 주관 기념식을 거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는 식민치하에서 허덕이던 국가 중 유일하게 고도의 경제성장과 민주화 두 가지를 모두 이룩한 나라가 됐지만 심화하는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함께 포용하는 마음을 갖고, 우리 지역과 대한민국을 위해, 솔선수범할 것을 다짐하자"고도 말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만세삼창을 외치고 경축식을 마무리했다.

15일 독립기념관 겨레의마루에서 열린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외치고 있다. 2024.8.15. /뉴스1ⓒNews1 이시우 기

같은 시각 700m 떨어진 독립기념관 겨레의 마루에선 또 다른 만세삼창이 메아리치듯 울렸다.

시민단체 15곳이 연합한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 촉구 범시민대책위'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 관계자 등 200여 명은 이곳에서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독립 만세삼창을 소리쳤다.

이들은 독립기념관 김 관장을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인물로 규정하고 독립운동 성지인 독립기념관의 관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길 천안역사문화연구회장은 "지독했던 일제 36년의 식민 지배를 끝내 기쁜 날이 광복절이 두동강 났다. 해방됐다가 남북이 분단된 것도 통탄할 일인데 광복절마저 두 쪽이 났다"며 "분노하고 통곡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 관장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식민지를 미화하고 분단을 합리화하는 게 뉴라이트"라며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을 떠나 도주한 김 관장은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인 문진석 의원도 "한 줌도 안 되는 뉴라이트와 30% 지지율의 대통령이 역사를 지우기 위한 전쟁을 걸어 온 이상 우린 온몸으로 싸울 것"이라며 "김 관장이 사퇴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