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죽어서도 면역세포에 흉터를 남겨"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바이러스가 죽어도 면역세포에는 흉터가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신의철 센터장 연구팀이 서울시 보라매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과 함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환자의 면역세포에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남는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9일 밝혔다.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후 생기는 변화에 대해서는 그간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만성 C형 간염 치료 후 면역계의 변화를 규명하기 위해 조절 T세포에 주목했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의 조절 및 항상성 유지를 담당하는 세포로,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시 그 수가 늘어나고 활성도 변화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팀은 우선 만성 C형 간염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항바이러스제 치료 전후 조절 T세포의 상태를 비교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말초 혈액 속 조절 T세포가 많아지는데, 바이러스 제거 후에도 많은 수가 유지됐다.

또 RNA 염기서열분석으로 살펴본 결과,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종양괴사인자(TNF) 생산 능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변한 조절 T세포의 염증성 특성이 완치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염증성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생기면 만성 C형 간염 환자가 완치 후에도 염증성 질환이 잘 생기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더 나은 환자 치료 및 관리를 위해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환자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신의철 센터장은 “다른 만성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유사한 후성유전학적 흔적이 남아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어쩌면 코로나19 이후에 겪는 롱-코비드 역시 조절 T세포에 남은 흔적이 원인일 수 있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의학 분야 권위지 '간장학 저널' 온라인에 지난 6월 13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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