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의료계 “숫자에 집착해선 의·정간 대화 첫발도 못 떼”

윤 대통령 ‘국민께 드리는 말씀’ 의료개혁 대국민 담화
의사들 “기존 입장만 되풀이…예정대로 사직·단축진료”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대전ㆍ충남=뉴스1) 허진실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의대 2000명 증원의 불가피성을 재차 밝힌 가운데, 대전 의료계에서는 “숫자에 집착해서는 의·정간 대화의 첫발조차 떼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의료 개혁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정부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인 근거가 제시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며 소통 창구가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 및 의협 등 의사단체들은 “증원 인원을 ‘2000명’으로 못 박아두고 있으면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는 건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충남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충남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의사들에게 수치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교수들이 중립적인 외부 기구릍 통해 추산을 내보자는 제안은 거절했다. 이보다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제안이 어디 있나”라며 “정부가 고집하는 2000명 증원 의제까지 풀고 대화에 임해야 진정으로 소통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담화에서 이러한 의지를 찾을 수 없었다. 예정대로 오는 5일까지 교수들을 대상으로 2차 사직서를 제출받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구체적인 단축 진료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정혁 대전의사회 회장은 “이번 담화는 사실상 지금까지 정부에서 해왔던 주장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며 “현재 의사협회 차원에서 16개 시·도의사회의 의견을 모아 담화문 관련 입장문을 발표할 예정이고, 대전의사회는 중앙의 의견과 동일하다”고 전했다.

전날 의협이 발표한 개원가 주 40시간 단축근무에 대해서는 “권유 사항일 뿐이기 때문에 전체 집계는 하지 않으며 각 회원의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진적·단계적 증원을 주장하는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증원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지부장은 “의료 개혁을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증원분을 효율적으로 분산·배치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한 후 증원분을 조정한다면 타협의 여지가 있을 텐데 정부와 의사 모두 2000명 숫자에만 매달리 보니 대화의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담화문 발표에도 의정 간 대치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신경과를 방문한 이모 씨(65)는 “교수 사직 전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될 수도 있다는데 지난 몇 년간 각 과에서 수술하고 진찰받은 기록이 이 병원에 전부 있어 다른 곳은 가고 싶지 않다”며 “무엇보다 지난해 갑자기 쓰러지셨다가 응급실에서 간신히 의식이 돌아온 적이 있다. 지금처럼 의사들이 없거나 지친 상황에서 과연 똑같이 쾌차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