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출사고에 작업중지권 행사했다 정직…파기환송심 판단은

1·2심 "작업중지권 행사 부적법…징계 타당" 원고 패소
대법 "산업재해 발생할 급박한 위험 있다고 인식“ 파기환송

금속노조 콘티넨탈지부 조합원 등 노조 관계자들이 14일 대전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자 작업중지권 확대를 촉구했다. ⓒ 뉴스1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누출사고 피해를 우려해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는데도 무단이탈 등을 이유로 사측이 내린 징계처분이 부당한지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단이 오는 4월 나온다.

대전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문봉길)는 14일 당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근로자 A씨(50)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무효확인 파기환송심 절차를 마무리하고 판결 선고기일을 오는 4월 4일로 정했다.

이 사건은 2016년 7월 26일 오전 7시56분께 세종 부강산업단지 KOC솔루션 공장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티오비스’ 누출 사고에서 시작됐다. 티오비스는 상온에 노출될 경우 분해되면서 유독성 기체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소방본부는 지역주민들에게 반경 50m 거리까지 대피하라고 안내했고 산업단지 관리사무소장도 통제선 내 6개 공장 근로자들의 대피를 유도했다. 다만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200m 거리에 있는 콘티넨탈 측은 대피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지회장이었던 A씨는 오전 9시께 사고 소식을 듣고 회사에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를 물었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자 작업장을 떠나면서 조합원 28명에게도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하도록 했다. 이틀 뒤 A씨는 회사가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자회견문도 발표했다.

이에 사측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 A씨가 조합원들과 함께 작업장을 무단이탈했고 기자회견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를 비방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회사를 상대로 2017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A씨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만한 급박한 위험이 없었다는 이유에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A씨는 재난지휘통제소를 방문해 객관적으로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을 거부했다"며 "작업중지권 행사는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대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황화수소 피해 범위를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웠고 상당한 거리까지 유해물질이 퍼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실제 누출사고 지점으로부터 200m 이상 떨어진 공장에서도 오심, 구토, 두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발생했던 사정 등을 보면 콘티넨탈 회사 작업장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위치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측은 ”당시 소방당국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대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며 판단 근거가 명확했고 사측의 복귀명령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반면 사측은 "소방당국의 대피명령은 집 안에 머무르라는 것이었고 원고는 역으로 이를 어긴 셈"이라며 "당시 임원진이 원고에게 전화로 복귀를 명령한 근거도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콘티넨탈지부 조합원 등 노동계는 이날 오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이 징계와 손배가압류 압박 때문에 일터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작업중지권의 확대와 보편적 권리로 나가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kjs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