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휴대전화로 친구 SNS 무단침입한 고등학생 [사건의 재구성]

계정 정보 알아내 접속… 성착취물 다운·유포·판매
법원 "소년이라 해도 상응 처벌 받아야" 실형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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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로그아웃되지 않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순간 평범한 고등학생들은 '검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2021년 10월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던 A·B군(2005년생)에게 벌어진 일이다. 둘은 중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였다.

A군은 이 시기 평소 친하게 지내던 친구 C양의 아이폰을 건네 받아 사용했다. 며칠 되지 않아 A군은 휴대전화에 C양의 계정 정보가 저장된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은 B군에게 이를 알려줬다. B군도 A군을 통해 C양을 2~3번 만난 적이 있었다.

같은 달 28일 B군은 A군에게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로 C양 소셜미디어(SNS)에 접속해 사진 등 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A군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A군은 휴대전화에서 확인한 C양의 SNS 아이디와 비밀번호 일부를 B군에게 알려줬다. B군은 특수문자 등을 조합해 가려졌던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이를 계기로 이들은 C양의 SNS에 무단 침입했다.

그리고 A군 등은 각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C양의 각종 SNS를 드나들었다. 비밀번호를 마음대로 바꿔 C양은 접근하지 못했다.

특히 B군은 C양의 SNS에 저장된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진을 내려 받은 뒤 A군 등 7명에게 배포하기까지 했다. 주변에 C양 신상을 알려주며 유포를 권했다. C양에게도 '처신 잘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전송했다. 이듬해엔 4500원을 받고 판매하기도 했다.

A군도 B에게서 받은 사진 파일을 소지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했다.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던 일이지만 A군 등은 점점 더 '검은 소용돌이'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후회했지만, 책임은 무거웠다.

B군은 재판에서 "1년 반 동안 두려움과 죄책감, 죄송한 마음으로 살며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내 잘못으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가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했다.

변호인들도 피고인들 나이를 감안해 소년부 송치를 희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년 12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며 "별다른 죄의식 없이 재미삼아 범행을 저질러 어떠한 이유나 사정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꾸짖었다.

재판부는 A군에겐 장기 5년·단기 3년, B군에겐 장기 6년·단기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5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크나큰 성적 불쾌감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건전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며 "범행 당시 소년으로서 판단 능력이 성숙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재판 이후 피고인들과 검찰이 모두 항소했다. 올해 성인이 되는 A군 등은 대전고등법원에서 재판을 이어간다.

issue7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