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확대 시행 첫 날, 대전 개원의 참여 저조

비대면진료 플랫폼 등록 의사 5명 미만
의사·약사 단체 "일방적 사업 추진…철회 요구"

백재욱 도봉구의사회 총무이사가 지난 5월30일 서울 도봉구 한 의원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정부가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기준을 대폭 완화했지만, 대전에서는 동네 의원을 운영 중인 의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해 사업 진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같은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에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는 질환에 상관없이 비대면으로 재진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특히 비대면 초진의 경우 야간과 휴일에 모든 연령대에서 가능하며, 응급의료분야 의료취약지로 지정된 98개 시·군·구 주민은 언제나 가능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에서 진료가 가능한 대전 지역 의원은 5개 미만으로 확인됐다.

의사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면서 플랫폼이 아닌 지역 의원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비대면 진료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지난 11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부적합한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공지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및 부회장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의료·의약계에서는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의협과 대한약사회는 시행 전날인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라는 대원칙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보조수단이 돼야 한다"며 "탈모약, 비만약, 여드름약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의약품들을 비대면 처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및 약물 오남용 등의 모든 결과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비대면 진료 확대방안 철회를 요구했다.

비대면 진료를 두고 시민들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반응을 보였다.

만성 질환을 가진 직장인 이모씨(30)는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에서 편하게 약을 탈 수 있다면 믿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다만 약은 대면으로 받아야 하는데, 한 약국에서 모든 약을 보유한 게 아니라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기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는 오모씨(62)는 “병원에 가면 대기가 1시간이 넘을 때도 많은데, 진료는 10분 정도 받으니 약을 타러 간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환부가 있는 질환은 몰라도 일부 정신 질환은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으면 편리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는 대면 진료를 고수하겠다고 하거나 약물 오남용을 걱정하기도 했다.

직장인 신모씨(29)는 “작은 증상이 큰 병의 징조일 수 있는데 아무리 사소해도 의사를 직접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며 “특히 요즘 한국에서 마약 문제도 많이 생기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가 악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