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오펜하이머 같은 20대 박사 양성한다

입학 후 7년 만에 박사 취득 프로그램 추진

KAIST 학생들이 교정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KAIST 제공)/뉴스1

(대전=뉴스1) 김태진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오펜하이머와 같은 20대 박사를 양성한다.

오펜하이머는 20세기 미국이 낳은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의 원자폭탄 완성에 지도적 역할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1950년 수소폭탄 제조에 반대하다 공직에서 퇴출됐다.

KAIST는 학사과정 입학 후 7년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3+4 TUBE(가칭 튜브)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튜브는 20대 박사를 특별 육성하기 위해 학사과정과 석박사통합과정이 연결돼 있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는 학사 3년 과정을 포함해 총 7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는 모델로 설계돼 최단 시간에 박사급 연구자로 성장·발전할 수 있는 경력경로를 제시하는 패스트 트랙이다.

영재학교나 과학고의 영재교육 과정을 거쳐 만 18세에 KAIST에 입학한 학생이 튜브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만 24세에 박사학위 취득이 가능해진다.

튜브는 학사과정 3학기나 4학기를 이수하고 일정 수준의 성적을 보유한 최상위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선발된 학생은 밀착 지도 교수가 배정되는 등 특별한 혜택과 관리를 받게 된다.

학사 3학년인 연계과정 1년 차에는 기존 제도와는 다르게 대학원 과목을 자유롭게 수강할 자격이 부여된다.

이 같이 취득한 학점은 학사과정 졸업 이수학점을 채우면서 과목의 대학원 과정 학점으로 동시에 인정된다.

또 대학원 연구실에 소속돼 기본적인 연구 활동을 수행하면서 각 학과 기준에 따라 박사진입에 필요한 추가적인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은 학사학위 취득 이후 곧바로 박사과정으로 진입해 이후 일반적인 석박사통합과정과 동일하게 박사학위 취득 과정을 밟게 될 예정이다.

병역 미필 남학생의 경우 박사 3년 차에 전문연구요원으로 편입될 수 있어 20대 중반에 박사학위와 병역을 마치고 창업·취업·박사후연구과정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본인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된다.

국내 타 대학에서도 학위 취득 기간을 단축해 우수한 학생을 조기에 상위과정으로 진입시키는 목적으로 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KAIST 튜브 프로그램의 핵심은 연계과정 1년 차에 학사과정 마무리와 박사과정 진입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차별점에 있다. 이는 기존의 풍부한 경험과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 학생이 타 대학보다 많다는 학교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이 밖에도 튜브는 영재교육 과정에서 선이수학점제 등으로 대학의 기초 교과목을 이수한 상태로 입학한 학생들이 튜브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시 선학점이수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를 통해 KAIST 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을 크게 강화하는 등 과학영재 발굴 육성 전략 차원에서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프로그램 도입을 희망하는 학과를 중심으로 빠르면 2024년에 선발 절차를 거친 후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계과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과학고나 영재학교 출신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돼 있는 KAIST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튜브 프로그램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이도헌 KAIST 교무처장은 “유명한 물리학자인 오펜하이머와 파인만이 각각 23세, 24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례처럼 우리도 이제 K-과학영재교육을 통해 24세 박사학위자를 배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튜브는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연구에 흥미와 재능이 있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복잡한 절차 없이 KAIST에서 최대한 빠르게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mory4444444@news1.kr